<월드컵결산> ⑤이변의 연속…명승부 열전

<월드컵결산> ⑤이변의 연속…명승부 열전

입력 2010-07-11 00:00
업데이트 2010-07-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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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이변과 명승부는 이어졌다.

지난 대회 우승·준우승국인 이탈리아, 프랑스가 약속이나 한 듯 조별리그를 마치고 일찌감치 짐을 챙겼고, 독일은 비록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강호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를 잇달아 대파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 8강 진출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북한은 브라질과 첫 판에서 1-2로 아쉽게 져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포르투갈과 2차전(0-7 패)에서 이번 대회 최다골 차 패배를 당하면서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선 뉴질랜드는 한 번도 패하지 않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슬로바키아(1-1), 이탈리아(1-1), 파라과이(0-0) 등 쟁쟁한 팀과 모두 비긴 뉴질랜드는 승점 3점을 챙겼지만 3위에 머물렀다.

지난 한 달간 지구촌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주요 경기를 되돌아본다.



◇슬로바키아-이탈리아, 6월25일 조별리그 F조 3차전(슬로바키아 3-2 승리)

세대교체에 실패한 이탈리아가 80년 월드컵 역사상 네 번째로 ‘디펜딩챔피언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경기로,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파라과이, 뉴질랜드와 각각 1-1로 비겨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이탈리아는 오히려 슬로바키아에 2-3로 져 고개를 숙였다.

전반 25분 베르트 비테크에게 선제골을 내준 이탈리아는 후반 28분 다시 비테크에세 추가골을 얻어맞았다.

이탈리아는 후반 36분 안토니오 디나탈레의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는데, 슬로바키아가 후반 44분 카밀 코푸네크의 쐐기골로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이탈리아는 경기 종료 직전 파비오 콸리아넬라가 찬 공이 골키퍼 키를 넘겨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비기기만 해도 승점 3이 돼 뉴질랜드를 다득점에서 제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더는 슬로바키아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4년 전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이탈리아는 2무1패, 조 최하위로 대회를 끝냈다.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북한보다 못했다”, “추한 이탈리아, 3골 내주고 집으로 간다”는 등의 제목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우루과이-가나, 7월3일 8강(우루과이, 승부차기에서 4-2 승)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경기였다.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이른바 ‘신의 손’이 우루과이를 40년 만에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경기이기도 했다.

우루과이는 아프리카 팀으로 유일하게 8강에 살아남은 가나를 맞아 전반 추가 시간 설리 문타리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 10분 디에고 포를란의 동점골로 균형을 되찾아 결국 연장 승부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연장 후반 추가시간 가나 도미니크 아디이아의 헤딩슛을 골문 앞에 있던 수아레스가 다급한 나머지 손으로 쳐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벼랑 끝에 내몰렸다. 가나에는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가나로서는 아프리카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을 이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키커는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은 해결사 아사모아 기안이었다.

하지만 기안의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튕겨 나왔다.

바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이어진 ‘11m 룰렛’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는 페르난도 무슬레라의 선방으로 4-2로 이겨 드라마처럼 4강 진출을 이뤘다.

퇴장으로 정작 4강전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퇴장과 승리를 바꾼 수아레스는 뜻하지 않게 우루과이의 영웅이 됐다.



◇독일-아르헨티나, 7월4일 8강(독일, 4-0 승)

독일이 앞선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4-1로 대파했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마저 4-0으로 무릎 꿇릴 줄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균형도 너무 일찍 무너졌다. 전반 3분 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의 크로스를 토마스 뮐러가 헤딩으로 방향을 틀어 아르헨티나 골문에 꽂았다.

이후 아르헨티나의 반격에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던 독일은 후반 23분 루카스 포돌스키의 패스를 받은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추가골로 한 걸음 더 달아났다.

6분 뒤에는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농락한 슈바인슈타이거의 도움으로 아르네 프리드리히가 쐐기골을 넣어 상대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는 클로제가 한 골을 더 보탰다.

선수로 뛴 1986년 멕시코 대회에 이어 사령탑으로서도 월드컵 정상을 밟아보려 했던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의 도전은 좌절됐고, 유력한 MVP 후보로 손꼽혔던 리오넬 메시는 무득점의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채 씁쓸하게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덴마크-일본, 6월25일 조별리그 E조 3차전(일본 3-1 승리)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도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았던 일본 대표팀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한 경기다.

일본은 북유럽 강호 덴마크를 맞아 전반전 터진 혼다 게이스케와 엔도 야스히토의 프리킥 골로 3-1 승리를 챙겼다. 2승1패,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며 한국과 함께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일본은 전반 17분 혼다의 왼발 프리킥, 전반 30분에는 엔도의 오른발 프리킥으로 덴마크 수비진의 넋을 빼앗았다.

반드시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덴마크는 후반 36분 욘달 토마손의 페널티킥이 골키퍼를 맞고 나온 뒤 토마손이 다시 차 넣어 뒤늦게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후반 42분 오카자카 신지의 추가골로 16강 티켓은 일본 손에 쥐어졌다.



◇프랑스-멕시코, 6월18일 조별리그 A조 2차전(멕시코 2-0 승리)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한 판이었다.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겨 순탄치 않은 길을 예고했던 프랑스는 멕시코와 경기에서 0-2로 져 결국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프랑스는 후반 19분 리드를 내줬다. 멕시코 라파엘 마르케스의 패스를 받은 신예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일대일로 맞선 프랑스 골키퍼 위고 로리스를 제치고 침착하게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프랑스는 후반 34분 에리크 아비달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멕시코의 베테랑 공격수 콰우테모크 블랑코는 실수 없이 골을 출렁여 ‘아트사커’ 프랑스를 침몰시켰다.

프랑스는 이날 패배 뒤 니콜라 아넬카가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대들다 대표팀에서 퇴출되고 선수단이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하는 등 자중지란에 휩싸였다가 결국 남아공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1-2로 져 1무2패의 성적으로 대회를 일찌감치 마쳤다.

세 경기에서 단 한 골만 넣은 프랑스에 지난 대회 준우승팀의 면모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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