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활개펴는 한국 스케이팅

움츠렸던 활개펴는 한국 스케이팅

입력 2010-03-02 00:00
수정 2010-03-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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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스피드」와 그리고 아름다움이 함께 펼쳐지는 「스케이팅」의 「시즌」이 막을 내리고 있다. 올해에도 기대했던 만큼의 좋은 기록을 남기지 못한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아직 한번도 세계무대에서 시원하게 활개를 펴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조동하(趙東河) 빙상경기연맹회장에게 들어 본 한국「스피드·스케이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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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부터 정식 국제경기종목으로 등장한 「스피드·스케이팅」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1908년의 일.

「질레트」라고 하는 미국 선교사가 YMCA 총무였던 현(玄)동순씨를 통해 그 타는 방법을 보급한 것이 효시.

그뒤 한국사람만으로 구성된 빙상경기협회가 창설되면서 전일본 빙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은 계속해서 종합우승의 왕좌를 휩쓸었다.

이성덕(李聖德), 김정연(金正淵), 최용진(崔龍振), 박윤철(朴潤哲), 편창남(片昌男),이효창(李孝昌)같은 선수들이 은반의 영웅으로 크게 이름을 떨쳤다.

그때만 해도 일본선수들은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 객은 완전히 자리를 바꾸고 말았다.

일본의 「스즈키·게이이치」(鈴木惠一)같은 선수는 이미 단거리에서 세계정상을 차지했으며, 그밖의 선수들도 공식 국제대회에서 거듭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한국 빙상이 크게 후퇴한 원인은 짧은 겨울철을 「커버」할만한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긴 겨울철을 가진 나라와 함께 어깨를 겨루고 있는 일본이나 「네덜란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10개의 「파이프·링크」시설을 갖추고 짧은 겨울철을 충분하게 「커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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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영상 15도의 날씨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는 「파이프·링크」는 1년중의 경기 및 연습 기간을 평소의 3배로 늘릴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연빙보다 몇배나 높은 활도(滑度)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실력은 놀라운 속도로 향상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빙상경기를 할 수 있었던 기간은 1년중 불과 40일.

그나마 불순물이 많이 섞이고 표면이 고르지 못한 자연빙에서의 경기였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록이 좋아질 수 없었다는 것.

그러던 중 72년 1월 태릉(泰陵)에 국내유일의 「파이프·링크」가 마련되면서 정충구(鄭忠龜)선수는 5백m를 40초8로 달려 종전기록을 2초 단축시켰다.(세계기록은 38초)

장거리에서도 지난 1월 이영하(李永夏)선수는 1만m를 16분25초8로 달려 종전기록을 9초나 단축시켰다.(세계기록은 14분55초9)

여자부에서는 김영희(金暎熙)선수가 3천m를 5분6초8로 달려 종전기록을 1초8 단축시켰다.(세계기록은 4분46초5)

물론 세계기록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기록이다.

그러나 자연빙에서는 4,5년 걸려도 나올까말까한 좋은 기록인 것만은 사실이다.

단 1개의 「파이프·링크」를 가지고도 이처럼 기록이 점차 좋아지는 것은 한국인의 체질이 「스피드·스케이팅」에 그만큼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조(趙)회장은 말하고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충분하고도 과학적인 훈련과 선수들의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조(趙)회장은 외국의 우수한 「코치」를 초빙해 오고 현대적인 훈련방법을 도입해 옴으로써 과학적인 훈련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빙상한국의 성장을 위해 평생을 몸바치겠다는 선수들의 각오와 자세가 굳어질 때 한국빙상의 세계제패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조(趙)회장은 다짐했다.

<재(宰)>

[선데이서울 73년 3월 11일호 제6권 10호 통권 제 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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