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적에 입적된 두 사람의 본처…밀회현장 들키자 마음대로 해보라는 남편[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예전에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인생상담, 고민상담이 많이 이뤄졌던 것 기억나실 겁니다. 선데이서울도 전문가 상담코너들을 여럿 운용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1972년부터 연재했던 ‘人生극장: 법률상담’ 코너였습니다. 선데이서울에 전달됐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인생 고민과 법률가의 해법을 소개합니다. 40여년 전에 제시됐던 전문가 조언들은 현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일곱번째 이야기는 익명의 편지 덕분에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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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국의 우편배달부’에 출연한 배우 한효주/ 영상 캡처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59. <人生극장 법률상담 (7)> 한 호적에 입적된 두 사람의 본처…밀회현장 들키자 마음대로 해보라는 남편 (선데이서울 1972년 9월 17일)
●부정 알려준 익명의 편지
“아줌마. 편지 왔어요.”
“무슨 편지야. 내게 편지할 사람이 다 있나?”
“보낸 사람의 이름이 없어요.”
노란색 서류봉투에 수신인인 그녀의 이름만 쓰여있을 뿐 발신인의 주소와 이름이 일절 없었다. 약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봉투를 부욱 찢었다. 봉투 안에선 느닷없는 사진 5장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흐윽!”하며 눈을 감았다.
“여기 커피 가져왔어요.”
그녀는 비로소 눈을 떴다.
손에 쥔 사진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것은 남편이 어떤 여자와 팔짱을 끼고 호텔 같은 곳에 들어서는 모습이었다. 바닥에 흩어진 사진들을 집어 들었다. 호텔방 앞에 서 있는 모습이며 방 안에서 두 사람이 껴안고 있는 광경. 그리고 마지막엔 키스광경도 있었다. 그것도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매우 실례되는 줄 아오나 김상무의 부정을 카메라로 잡아 부인에게 보여드립니다. 날짜는 7월 20일 오후 4시에서 8시 사이. 장소는 S호텔 409호실입니다. 호텔방 안 광경은 건너편 어느 사무실에서 망원렌즈로 잡아본 것입니다.
상대방 여자는 상무님 회사의 타이피스트 미스 윤입니다. 두 사람의 불륜은 1년째 되었습니다. 1주일에 3번 이상씩 두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편지는 계속된다.
“…두 사람은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가 관계를 맺습니다. 5장 가운데 한 장은 금년 봄, 신촌 근처 어느 여관에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때로는 독탕을 이용하여 부부행세를 하기도 하며, 중국집에도 들어가 두어 시간씩이나 있다가 나오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인천이나 춘천에 출장을 핑계 대고 가기도 했습니다. 주인께선 가끔 주말에 출장을 잘 가셨지요? 유흥비는 주인의 판공비에서 지출되곤 했습니다. 지금 그들은 너무 깊은 관계에 빠져 있기 때문에 부인께서 하루속히 손을 쓰지 않으면 심각한 파국을 초래할 것입니다. 속히 처리하십시오.”
●잘못 빌어놓고 밀회 계속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C산업주식회사 판매담당 상무이사 김명준(45·가명)의 부인 박영화(41·가명)는 남편의 배신에 대한 좌절감으로 몸 둘 곳을 몰랐다. 그녀의 동창인 우정연(39·가명)이 C회사 사장의 부인.
없는 일도 만들어 찾아가고 철따라 갖은 선물공세로 접근하기 10여년. 평사원에서 계장으로, 계장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부장으로, 그리고 부장에서 중역으로 순풍에 돛 단 듯 김상무의 출세가 순조로운 데는 자기의 힘이 컸다.
아니 애초에 김상무가 C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주선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철저한 계산과 냉철한 이해타산,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박영화는 감정으로 일을 처리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우선 사진촬영의 동기부터 의심해 보았다.
익명의 고자질꾼은 남편의 가까운 사람이며, 그리고 그는 남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회사 내의 실력 있는 위인이라고 추리해 볼 수 있었다. 일을 함부로 확대하거나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이날 저녁, 퇴근한 남편에게 사진을 보이며 자숙해 달라고 간청했다.
“미안하오. 입이 백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소. 내 몸조심하리다.”
남편은 순순히 모든 사실을 시인하고 잘못을 빌었다.
박영화는 한때의 바람으로 인정하고 모든 사실을 불문에 붙이기로 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추석을 앞두고 열심히 아이들의 추석빔을 마련하던 그녀는 또다시 익명의 편지와 사진을 받았다.
그것은 남편이 타이피스트와 계속해서 밀회를 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만약 부인께서 방관하신다면 이 사실을 공표하여 문제 삼을 것입니다.”
이번엔 용서할 수 없다고 결심한 그녀는 저녁에 들어온 남편에게 따졌다. 그러나 남편의 답변은 너무도 엄청난 것이었다.
●남편과 그 여자는 호텔로
“어떻게 할 계획이란 말야? 흥! 일단 과거를 용서하면 간통죄 고소가 안된다는 걸 모르나? 마음대로 하라구. 우리는 사랑하고 있단 말야.”
남편은 이렇게 내뱉고 집을 나가 버렸다. 그녀는 그날 밤 남편의 뒤를 밟았다. 창경원 앞을 지나 안국동으로 해서 시청 앞을 거쳐 R호텔 앞에서 내린 남편은 전화를 걸더니 호텔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705호실에 투숙한 것을 확인한 그녀는 20여분 지나자 뒤따라 타이피스트 미스 윤이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30분쯤 기다린 그녀는 705호실을 노크했다.
“여기까지 미행했군. 미스 윤은 이미 호적에 아내로 올라 있어. 좋을 대로 하라구.”
남편은 소리치면서 재떨이를 집어던졌다. 사태는 이미 수습할 수 없게 비관적이었다.
이튿날 구청에 가서 자신의 호적을 열람한 그녀는 의외의 사실에 놀랐다.
남편의 말대로 미스윤은 호적의 끝 부분에 어엿하게 자신과 함께 아내로 입적이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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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혼인취소 청구하면 호적말소 가능
이런 경우 우리나라 학자들의 통설은 일단 신고되었으니 유효한 혼인이라고 합니다만 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민법 810조 및 816조 참조)
즉 김씨의 호적에 분명히 처자 모두 기재되었다고는 하나 공무원이 실수로 김·윤의 혼인신고를 호적부와 대조하지 않고 접수했다면 벌써 법률적으로 유효한 것이어서 그 공무원은 호적원부의 끝 부분에 윤을 등재하지 않을 수 없어서 김은 한 호적에 2명의 처를 거느리게 되는 모순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처 박여인은 김·윤 사이의 혼인취소를 청구하여 호적에 기재된 윤을 말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여인은 이러한 관계를 원인으로 하여 이혼의 조정 및 심판을 청구하고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면 이혼이 되는 동시에 응분의 위자료를 받게 됩니다. 그것으로도 분이 안 풀리면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해 봄직합니다. <정범석 건국대 시민법률상담소장>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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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