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일했지만 부품없어 가동 중단은 처음”

“25년 일했지만 부품없어 가동 중단은 처음”

입력 2011-05-24 00:00
업데이트 2011-05-2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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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파업 피해 현장 ’ 기아차 소하리공장 가보니

“우리가 파업한 것도 아니고, 25년 근무하면서 부품이 없어서 공장가동이 중단된 것은 처음이에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23일 오전 경기 광명 소하리 기아차 제1공장 파이널 3라인에는 차체에 바퀴가 달리지 않은 카니발들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전광판에는 빨간불만 깜박거릴 뿐 정적이 감돌았다. 생산라인이 멈추자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삼삼오오 모여서 멈춰선 공장에 대한 걱정과 함께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오후에는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긴장감이 팽팽히 감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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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반대”  23일 유성기업 비노조원들과 회사 측 관계자들이 직장폐쇄된 충남 아산공장 앞에서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산 연합뉴스
“파업 반대”
23일 유성기업 비노조원들과 회사 측 관계자들이 직장폐쇄된 충남 아산공장 앞에서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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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 집회”  23일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직장폐쇄된 충남 아산공장을 점거한 채 집회를 갖고 있다.  아산 연합뉴스
“점거 집회”
23일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직장폐쇄된 충남 아산공장을 점거한 채 집회를 갖고 있다.
아산 연합뉴스


김모(49·조립부)씨는 “부품이 없어서 자동차를 못 만든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직원은 “협력업체의 파업 장기화에 따라 잔업·특근 수당이 없어져 급여가 20~30% 줄어들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하리공장 카니발 생산라인이 멈춘 것은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피스톤링 재고가 바닥나 엔진조립부에서 R디젤엔진을 생산라인으로 보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라인에서는 하루 평균 650여대의 카니발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날 오전 작업물량인 디젤엔진 카니발 300여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오후에는 미국에 수출할 휘발유 엔진 카니발 200여대만 만들었다. 파업이 오래 가면 이마저도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소하리공장 카니발라인에서는 75억여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안모(48·조립부 차장)씨는 “당초 주문이 많아 25일 회사 창립기념일에도 특근을 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러운 부품 공급 중단으로 공장이 쉴 예정”이라면서 “유성기업 파업이 며칠만 지속돼도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가 끝난 뒤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다음 주부터 부품 수급의 문제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부품 재고가 바닥나는 이번 주 중반 이후에는 하루 1000억원 이상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현대기아차 4만대를 비롯해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5개사를 합쳐 총 5만대의 생산 차질로 1조여원대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소하리공장 외에도 현대차 울산 4공장에서 만드는 포터와 스타렉스는 24일부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또 기아차 광주공장도 26일부터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기아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 쏘울을 제외한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카렌스, 대형버스, 군수트럭 등 전 차종의 생산 라인이 차례로 멈출 것”이라면서 “스포티지R은 하루 평균 약 800대, 봉고트럭은 약 400대의 생산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불똥은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다른 협력업체에까지 튀고 있다. 현대기아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 협력업체들도 조업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대표단은 이날 충남 아산 유성기업을 방문해 “유성기업의 파업 때문에 3000여 협력사가 조업 차질로 회사 도산의 위기로까지 내몰리게 됐다.”면서 “166만명의 자동차산업 관련 종사자와 그들의 가족, 나아가 국가 경제가 걸린 문제인 만큼 조속히 파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1-05-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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