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설계ㆍ나이롱 환자 근절될까

보험사기 설계ㆍ나이롱 환자 근절될까

입력 2011-11-13 00:00
업데이트 2011-11-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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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에 연루된 설계사를 영원히 퇴출시키고 가벼운 교통사고 환자의 입ㆍ통원 기준을 도입하려는 것은 보험사기가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사기사건을 ‘설계’하는 보험설계사에 대해 형사처벌을 내릴 뿐 아니라 아예 ‘밥줄’을 끊음으로써 사기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병ㆍ의원들이 교통사고 환자의 입ㆍ통원 기준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손질하려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어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보험사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단속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조사권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 역시 부처ㆍ기관간 권한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기 ‘설계의 핵심’ 보험설계사

금감원, 보험사, 경찰 등이 잇따라 밝혀내는 보험사기 사건을 보면 교활한 방법과 치밀한 준비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13일 금감원의 보험사기 사례집에 따르면 보험사기 입증이 쉽지 않은 외국에서 가짜 사고서류와 사망진단서 등을 꾸며 사망보험금을 챙기거나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며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고 상해보험금을 챙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는 한 폭력조직이 조직원들을 거액의 보험에 가입시키고 주사기로 특정 질병에 감염시켜 단체로 입원, 의사에게 폭력을 휘둘러 진단서를 끊고 보험금을 타냈다가 적발됐다.

최근엔 10∼20대 청년층의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10대 보험사기 혐의자는 2007년 578명에서 2009년 1천307명으로 2배 넘게 늘었고, 20대 보험사기 혐의자도 6천230명에서 1만1천725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처럼 보험사기가 살인, 방화 등 강력범죄와 연계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며 “탈북자, 장애인, 청년, 군인, 주부 등 혐의자의 신분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가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저질러진 경우엔 십중팔구 보험설계사가 끼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계획에 따른 범죄로 보험금도 많이 탈 수 있는 ‘경성(硬性) 사기’의 비중이 2007년 43.7%에서 2009년 52.9%로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해킹처럼 새로운 유형의 보험사기 수법이 계속 개발되는데, 복잡한 보험상품의 특징과 보험금 지급 시스템을 꿴 설계사가 가담해야 성공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06년 1천800억원에서 2009년 3천300억원으로 증가했다. 보험개발원은 실제로 저질러지는 보험사기 규모가 연간 2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험사기 설계사 퇴출‥”나이롱환자 근절”

보험설계사 등 업계 종사자에 대한 신분상 제재를 도입하는 것은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험사기를 예방,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가운데 하나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보험업계 종사자는 보험사기를 저질러선 안 된다’는 수준의 선언적 표현만 들어가 있는데, 보험사기에 가담하면 받게 될 불이익을 명확히 하고 보험사기의 유형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처벌받은 설계사가 다른 보험회사 소속으로 자리를 옮겨도 회사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탓에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직업윤리를 저버린 설계사는 아예 등록을 취소하고 업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를 꾸미는 설계사를 뿌리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에게 ‘독’이 돼서다.

보험사기 피해금을 메우려고 가구당 연간 약 14만원씩 민영보험료를 더 내고 있으며, 보험사기에서 비롯된 건강보험의 적자요인까지 계산에 넣으면 국민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경상(가벼운 부상)에도 막무가내로 병실에 드러눕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줄이기 위해 입ㆍ통원 기준을 도입하려는 것도 나이롱 환자가 많을수록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가 비싸지기 때문이다.

입ㆍ통원 기준의 연구용역을 맡은 가톨릭대 연구진의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가벼운 뇌진탕ㆍ타박상을 입은 경우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의 입원율은 87.4%에 이르며, 경부염좌ㆍ좌상(목삠ㆍ타박상)과 배요부염좌ㆍ좌상(허리삠ㆍ타박상)도 입원율이 75.7%와 76.5%에 달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통원치료로 충분한데 병원 측이 입원을 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환자 유치가 어려운 지방소재 병ㆍ의원일수록 이런 현상이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병ㆍ의원 반발‥금감원 조직ㆍ권한도 한계

병ㆍ의원들도 나이롱 환자를 근절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세부적인 입ㆍ통원 기준을 만들고 여기에 법적 강제력까지 부여하는 데는 지나친 규제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연구용역과 공청회를 마쳐 국토해양부에 제출된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입원 기준은 사고로 목을 다쳤더라도 3∼4단계 중증 환자와 2단계(통증 호소 및 신경학적 징후) 환자 가운데 일상생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경우만 입원을 권유하도록 했다.

뇌손상(12세 이상)은 ‘글래스고 혼수척도’가 15점 미만이거나 내출혈 가능성이 크거나 뇌 단층촬영이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입원을 권유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지방에 있는 한 의원급 의료기관 관계자는 “모든 병원이 환자를 ‘돈’으로 본다는 식의 논리는 억울하다”며 “입ㆍ통원 기준을 강제하면 당장 큰 외상이 없어도 후유증을 걱정하기 마련인 환자의 자율적 결정까지 제한하게 될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ㆍ통원 기준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았지만, 여기에 얼마나 강제성을 부여할지를 놓고 손보업계와 의료업계의 의견이 엇갈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건강보험보다 평균 15%포인트 높은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 가산율을 같은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나 보험금 지급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하는 것도 과잉진료를 예방해야 한다는 손보업계 주장과 의료업계의 반발이 맞서는 지점이다.

보험사기를 예방하려면 조사에 전문성을 지닌 금감원의 담당 조직과 권한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0여명에 불과한 인력으로 보험사기를 색출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권한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직적 보험사기 혐의자의 금융거래 정보를 확보하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처럼 혐의자의 통신정보까지 확보하면 손쉽게 보험사기를 입증할 수 있지만, 영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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