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 피싱 피해에 카드사 “10만원 줄게”

1500만원 피싱 피해에 카드사 “10만원 줄게”

입력 2011-11-15 00:00
업데이트 2011-11-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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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괘씸하다” 집단소송…카드사 “어쩔 도리 없어‥분할상환은 가능”

신종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인 ‘카드론피싱’의 피해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구제를 요청한 데 이어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사기를 당한 사람에 우선 책임이 있다”며 보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대출 영업을 확대하려고 카드론 신청가능 금액을 마구 늘려 피해규모가 커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원금 탕감만은 절대로 안 된다”며 분할상환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피해금의 일부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져 ‘원칙 없는 대응’이란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들은 15일 금감원을 항의 방문해 진정서를 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론 제도의 허점을 파악해 연말께 발표할 카드시장 종합대책에서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천500만원 피해자에 ‘10만원 환급’ 제안

카드론피싱은 기존의 보이스피싱과 달리 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들어오는 게 특징이다.

주로 수사기관 등을 사칭, “개인정보가 노출돼 수사 중이다”라고 거짓말을 한 뒤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말로 속여 피해자의 신용카드번호, 비밀번호, CVC(유효성 코드)를 요구한다.

그러면 범인들이 카드론을 신청하고, 곧바로 돈이 입금되면 다시 전화를 걸어 “범죄자금이 입금된 것이니 공범으로 몰리고 싶지 않으면 돈을 보내라”고 윽박질러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쓴다.

대학생 이모(가명)씨는 지난 8월4일 이 같은 카드론피싱에 속아 자신도 모르는 새 KB카드에 1천500만원의 카드론이 신청됐다. KB카드는 곧바로 카드론 신청을 승인했고, 1천500만원이 고스란히 범인의 계좌로 넘어갔다.

KB카드가 정한 이씨의 카드론 신청가능 금액은 지난 6월 800만원에서 7월 1천490만원으로 늘었고, 8월엔 1천500만원이 됐다. 결국 신청가능 금액이 모두 승인된 셈이다.

이씨는 금감원에 구제를 요청했지만, 카드사 약관과 과거 판례 등에 비춰 구제가 가능한 금액은 10만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씨가 카드 고지서를 받는 날짜가 매월 중순인 만큼 카드론피싱에 당할 당시엔 카드론 신청가능 금액이 1천490만원에서 1천500만원으로 늘어났다는 점이 고지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민원 회신문에서 “KB카드가 카드론 한도가 증액된 10만원을 이씨에게 반환할 것을 합의 권고한다”고 했고, KB카드의 카드론 담당 차장과 소비자민원 담당 과장은 김씨에게 “금감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했다.

이씨와 같은 사례는 카드론피싱 피해자 인터넷 카페에 수두룩하다.

지난달 22일 피해를 본 양모씨는 KB카드의 카드론 신청가능 금액이 7월 500만원에서 8월 1천만원으로 늘었고, 지난달엔 1천500만원이 됐다. 역시 지난달 26일 피해를 본 권모씨도 현대카드의 카드론 신청가능 금액이 7월 500만원에서 8월 1천200만원으로 늘었다.

◇”카드대출 늘리다보니 피해 커졌다” 주장

카드론피싱 피해자는 현재까지 472명이다. 피해금액은 105억6천만원으로, 1인당 평균 2천만원 넘게 피해를 본 셈이다.

이날 금감원을 항의 방문한 한 피해자는 “‘왜 넋놓고 사기를 당했느냐’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걸려들면 치밀한 범행 수법에 넘어가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신용카드를 쓰려고 회원 가입한 거지, 카드론을 쓰려고 가입한 게 아니다”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카드론을 마구잡이로 늘려 온 카드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카드론피싱 피해와 관련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분쟁을 조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안타깝지만 약관, 판례, 과거 조정사례 등을 감안하면 우리로선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본인의 부주의로 카드정보를 범인에게 알려줘 피해를 자초한 만큼 정상적인 신청인 줄 알고 돈을 빌려준 카드사에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이 마지못해 내놓은 대책은 피해금을 24~36개월 분할상환할 수 있게 해주거나 이씨처럼 카드론 신청가능 금액이 늘어난 사실이 미처 전달되지 못한 경우 늘어난 금액만 돌려주겠다고 하는 게 전부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카드론피싱이 활개치게 된 배경엔 카드사도 한몫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드대출을 늘리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가능 금액을 늘려놓은 데다 본인확인 절차를 지나치게 간소화해 범행이 쉬웠다는 것이다.

피해자 조모(대학교수)씨는 “고객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빨리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카드사로선 본인확인을 꼼꼼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1월 삼성카드로 2천500만원 카드론피싱을 당한 뒤 카드사의 책임을 따지며 돈을 갚지 않자 아파트가 가압류되고 민사소송도 제기됐다. 그 사이 원리금은 2천900만원이 됐다.

몇몇 카드사는 ‘우리 책임이 아니니 원금 탕감은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격하게 반발하는 일부 피해자와는 원금의 10~20%를 깎아주겠다며 합의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카드론피싱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카드론을 승인할 때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도록 지도했지만, 아직 상당수 카드사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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