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위협하는 대기업 무리한 ‘몸통 불리기’

동반성장 위협하는 대기업 무리한 ‘몸통 불리기’

입력 2011-11-20 00:00
업데이트 2011-11-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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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기업과 불공정거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이 문제

올해 4월 서울 수유시장 근처에 롯데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섰다. 롯데마트는 전통산업보존구역 500m 안에는 입점을 금지하는 규정을 피해 700m 인근에 입점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올해 3월에는 홈플러스가 상계동에 SSM 가맹점을 냈다. 대기업이 가맹점 설립 비용의 50% 이상을 부담하면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는 중소기업청 지침을 피해 비용의 49%만을 지원했다.

대기업이 사업영역을 어떻게 키워나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대기업 SSM의 설립이 사업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주변 상인들이 중소기업청에 제출한 사업조정 신청은 2009년 이후 316건에 달한다.

기업간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대기업의 몸통 불리기는 납품 기업과 불공정 거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중소ㆍ중견 경쟁사업자 배제 등에서도 나타난다.

◇단가 압박은 중소기업 위협 요인

중소기업들이 동반성장과 관련해 가장 원하는 것은 ‘납품단가 현실화’와 ‘사업영역보호’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고 기존 사업마저 대기업 계열사가 가져간다고 중소업체들은 호소한다.

단가압박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정체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단가압박이 너무 흔해 이제는 일반인을 상대로 작성한 증권사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올해 7월 한 증권사의 부품업체 기업보고서에는 “최대 고객사의 중간이윤압박 등으로 예전과 같은 주가 상승세를 재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대 고객사는 국내 유명 대기업을 지칭한다.

대기업의 경쟁사에 납품했다는 이유로 거래처를 통째로 잃었다는 주장도 빈번하다.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 감소한 한 IT부품업체 기업홍보(IR) 담당자는 “제품의 질은 바뀐 게 없는데 애플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거래선이 끊겼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나 해당 대기업은 기술경쟁력 등을 고려해 협력업체를 가끔 바꾼다고 해명한다.

그룹 계열사이거나 사주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고서야 부품사가 대형업체로 성장하기 어려운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LG이노텍, 삼성전기, 현대위아 등 일부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국내 부품업체는 거의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은 고만고만한 곳을 경쟁시키는 것을 좋아하고 부품업체가 확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분기별 이익이 이제는 조 단위로 나오는데 좀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꼬집었다.

◇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 중기 일감 축소

중소기업들은 갑자기 일감을 잃어 허탈해할 때가 있다. 적게는 수년에서 수십년 이상 경험을 쌓아온 분야에 대기업 계열사가 어느 순간 등장해 일감을 싹쓸이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 계열사들은 그룹의 도움을 받아 무럭무럭 성장한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대기업들은 일감을 몰아줄 때 경쟁입찰을 꺼리고 수의계약을 선택한다. 계열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성장 발판이 쉽게 마련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대기업집단의 광고ㆍSIㆍ물류 분야의 기업 20여개의 거래실태를 조사했더니 내부거래의 12%만이 경쟁입찰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을 따내고 나서 일은 중소기업에 맡기고 중간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올린 사례도 많았다.

일감 몰아주기는 일부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벌닷컴의 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그룹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이들 35개 비상장사의 총 매출 18조6천372억원 중 계열사 매출은 8조4천931억원이다. 매출의 45.6%를 그룹에 의존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한국경제는 대기업 이익이 중소기업으로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더는 작동되지 않는 구조다. 중소기업 발전으로 고용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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