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어윤대 회장 최측근 박동창 부사장 보직 해임
이경재 이사회 의장
어 회장은 이날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박 부사장이 미국의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측에 왜곡된 개인 의사를 전달했다는 혐의가 사실로 확인돼 보직해임했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주주들의 혼란과 주총 진행에 차질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KB금융은 박 부사장이 ISS와 접촉한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부사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부터 모든 업무에서 배제됐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 의장을 중심으로 한 사외이사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어 회장이 먼저 나서 ‘박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겠다’고 결정한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ISS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어 회장도 15일쯤 보고를 받고 황당해했다”면서 “박 부사장의 과도한 사명감이나 충성심 아니겠냐”고 해명했다. 박 부사장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이사회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자, 반대 의견을 주도한 이 의장과 일부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막기 위해 ISS에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게 KB금융 측의 해석이다. 하지만 KB금융의 주장대로 어 회장이 사전에 몰랐다고 하더라도 박 부사장의 ‘ISS 접촉’ 사실이 확인된 이상 어 회장에게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KB금융의 실세로 등극했다. 어 회장의 경기고 후배이자 고려대 경영대학원 제자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은 1주일가량 남은 KB금융 종합검사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어 회장이 연루된 정황이 발견되면 올해 7월까지인 임기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ISS와 접촉한 정황과 경위에 대해 조사한 뒤 연관된 경영진은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부사장이 ING생명 인수전의 실무자로서 ISS 측에 인수 무산 경위를 단순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중징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3-03-19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