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 의미와 전망

인간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 의미와 전망

입력 2013-05-16 00:00
업데이트 2013-05-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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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복제방식 연구 재점화계기-재연 등 검증 필요

미국 오리건건강과학대학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향후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치료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연구성과는 황우석 사태 이후 침체기에 있었던 체세포 복제 방식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재점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연구성과에 대한 ‘재연’ 등의 검증과정을 거쳐 배아줄기세포가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16일(한국시각) 과학잡지 ‘셀’의 논문 발표에도 이 분야 과학자들이 과거와 달리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연구팀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까지의 연구과정과 의미,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 사람 배아줄기세포 어떻게 만들었나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미국에 거주하는 23~31세 여성 9명이 기증한 신선 난자 126개를 연구에 사용했다. 난자를 기증한 여성 중에는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유전성신경대사질환인 라이병(Leigh’s Disease)을 앓는 환자 2명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기증받은 난자에 다른 사람의 피부세포에서 빼낸 핵을 넣는 ‘체세포 핵이식’ 방식을 활용했다. 이 결과 기증자 9명 중 라이병 환자 2명을 포함한 총 3명에게서 기증받은 난자가 최종 배아줄기세포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 신선 배아를 사용하거나 △ 폐기처분될 냉동잔여 배아를 녹여 이용하는 방법 △ 인간의 체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동물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異種)간 핵이식 △ 난자에 다른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동종(同種)간 핵이식 기술 등이다. 이번 연구에는 이 가운데 인간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동종간 핵이식 기술이 사용됐다.

냉동된 잔여 배아로부터 얻어진 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면에서 좀 더 자유스러울 수 있지만 환자에 이식할 때에는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이종간 핵이식에 의한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의 유전자가 들어가 있지만, 동물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제거되지 않아 바이러스 전염 등의 문제 때문에 실제 임상적용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 환자 맞춤형 치료에 한발 다가서

무엇보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적은 수의 난자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사용한 126개 중 6개가 배아줄기세포로 만들어져 제조 성공률은 4.8%나 됐다.

이는 기존의 동물복제에 사용돼 온 체세포 핵이식 방식에 견줘도 낮지 않은 수율이다.

특히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로 볼 수 있는 라이병 환자에게서 기증받은 난자의 경우 총 20개의 난자 중 7개가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사용돼 최종적으로 2개가 완성됨으로써 28.5%의 높은 수율을 기록했다.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환자자신의 DNA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더욱이 라이병이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정상적인 난자에 넣어 만든 배아줄기세포로 유전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올 수 있다.

박세필 제주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적은 수의 난자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것은 이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환자 맞춤형 치료를 계획할 수 있을 정도의 줄기세포 기술이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앞으로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객관적으로 기술을 입증할 수 있는 재연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향후 전망 및 문제점

과학자들은 그동안 배아줄기세포가 인체의 210여개 장기로 발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세포를 특정세포로 분화시키면 뇌질환에서 당뇨병, 심장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노력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는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환자 치료 단계까지 가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궁극적으로는 환자 맞춤형 치료를 위해서는 복제한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켜야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일부에서는 배아줄기세포가 체내에서 암이 되거나 원치 않는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를 특정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해야만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다.

또 동종간 체세포 핵이식 배아로부터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인간의 난자가 필요하지만, 사람의 난자를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상 여성의 경우 1개월에 1인당 10~15개의 미수정 난자가 배출되는 데다, 건강한 난자 채취를 위해서 여성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설사 이번처럼 윤리적 문제없이 난자를 구하더라도 배아줄기세포로 배양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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