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부품 검증시스템 구멍…부품實査 의무조항 없어

원전부품 검증시스템 구멍…부품實査 의무조항 없어

입력 2013-05-31 00:00
업데이트 2013-05-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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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한전기술 계약서 허점…”원본대조·무작위 재검증 도입해야”

원전 부품의 위조 검증서 파문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의 계약에서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수원과 한전기술에 따르면 양측이 원전 건설을 위해 체결하는 종합설계용역 계약에는 주요 부품에 대한 실사 의무 조항이 없다.

최근에 위조 성적서 파문과 관련, 한전기술이 담당하는 업무는 기기 공급자가 제출한 도면·자료검토·승인 등이다.

두 회사의 설명으로는 한전기술은 부품이 규격대로 설계됐는지를 성적서 등 서류상으로 확인할 뿐 성능을 다시 시험하거나 현장 실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성적을 조작한 엉터리 전선이 납품된 것에 관련해 ‘한수원이 부품에 대한 기술적인 체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한전기술에 의뢰해 점검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계약 내용을 고려하면 서류 점검만으로 성능의 문제를 발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서류가 위조됐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면 얼마든지 불량품을 납품할 수 있는 셈이다.

원본 발급기관에 서류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기 때문에 위조 서류가 조악하거나 서류 감정 전문가가 아닌 한 십중팔구 속게 돼 있다.

같은 규격, 같은 환경에서 사용할 부품이라면 한번 승인을 받은 것으로 이후에 계속 납품이 가능한 것도 허점이다.

결국, 주요 부품의 성능을 실질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새한티이피 등 기기검증기관 7곳의 양심에 달린 셈이다.

이런 방식이 구조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아무리 검증기관을 거친 것이라도 복잡하고 다양한 부품을 서류만으로 검토·승인하는 것은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전선이나 계측기처럼 손에 잡히는 소형 부품도 있지만, 원자로처럼 높이가 10m 가까이 이르는 대형 구조물도 있다.

또 불량 케이블을 생산한 JS전선처럼 대기업 계열사가 새한티이피처럼 소규모 업체를 선택해 검사를 의뢰하고 용역비를 전달하는 구조라면 검증 과정에서 의뢰인 ‘눈치 보기’도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새한티이피의 부사장이 한전기술 기계기술처장 출신인 것으로 확인돼 사후 서류심사나마 철저히 이뤄졌는지에 관한 의문도 있다.

전문가는 심사 과정을 엄격하게 바꾸고 검증 결과를 다시 점검하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서류 심사를 하더라도 원본을 대조해 확인하고 부품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선정해 국내에서 가능한 시험이라도 다시 했어야 한다”며 “현재 방식을 유지하면 검증기관이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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