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 전면재수사, 수면 아래 빙산 드러날까

원전 비리 전면재수사, 수면 아래 빙산 드러날까

입력 2013-05-31 00:00
업데이트 2013-05-31 17: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원자력 마피아’ 폐쇄성 탓에 묻혀진 의혹 많을 듯

청와대가 검찰 등 사법기관을 총동원해 원전 관련 비리를 전면 재수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그동안 가려져 있던 원자력업계의 총체적 난맥상이 수면 위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애초 31일 대국민 절전 담화문을 발표하려던 정부는 ‘선 비리 조사, 후 대책 수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맞춤형 태스크포스인 원전비리 수사단을 가동해 제어케이블 납품·시험업체 관계자를 출국금지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비리는 지난해 11월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사실상 외부에 전면적으로 알려진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이는 원자력업계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인 탓에 소수의 유관기관 임직원끼리 자리를 물려받는 인맥으로 읽혀 ‘원자력 마피아’로 불릴 만큼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조사한 신고리·신월성 원전의 제어케이블 위조 파문도 원자력안전신문고에 제보가 접수되지 않았다면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해외검증기관에 의뢰한 시험성적서를 시험기관 직원이 조작한 것이어서 이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원전 설계와 감리를 맡는 한전기술은 부품이 규격대로 설계됐는지를 서류상으로만 확인할 뿐 현장 실사를 나가지 않으며, 그런 의무를 둔 규정조차 없다.

제보경위를 놓고도 업계에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검증기관인 새한티이피와 법적 분쟁으로 얽혀 있던 경쟁업체가 원전 당국에 제보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시험검증 성공보수를 둘러싼 뒷말도 무성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JS전선과 새한티이피는 지난 2008년부터 국내 각 원전에 납품과 검증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원안위 조사에서 드러난 위조 사실 외에 다른 비리가 더 터져나올 것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고리 1호기의 냉각기능이 12분간 상실된 안전사고가 있었지만 한 달간 은폐된 상태로 노출되지 않은 적이 있다.

부산시의 한 시의원이 음식점에서 식사하면서 인근에 앉았던 계획예방정비에 참여했던 작업자들의 대화내용을 우연히 들어 제보하면서 비로소 사고 조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작년 연말에 불거진 품질보증서 위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위조된 보증서로 납품된 부품은 총 377개 품목으로 무려 1만396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앞서 작년 7월에는 2008년부터 5년간 2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한국수력원자력 전·현직 직원 20여명이 검찰에 의해 무더기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 수사관계자는 “원전 비리는 업무의 보안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전국의 원전에서는 돌발 정지로 인한 가동 중단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달에는 신월성 1호기가 제어계측 고장으로 돌발 정지된 바 있다.

2012년 7월 30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최신 기종인 신월성 1호기는 불과 1년도 되기 전에 3차례나 고장을 일으켰다.

한수원은 그때마다 빠른 원상회복 조치를 다짐했지만 고장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조 파문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원전 비리가 암(癌)처럼 온몸에 번져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정부 차원의 재조사로 원전을 둘러싼 납품업체와 검증기관, 감리기관, 발주처, 감독당국의 유착 의혹이 파헤쳐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