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시간제 양질 일자리 목표 첫해부터 ‘삐걱’

공공기관 시간제 양질 일자리 목표 첫해부터 ‘삐걱’

입력 2013-11-05 00:00
수정 2013-11-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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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보다 신규·고졸 채용 가닥… “직종 분석 제대로 해야”

정부 차원에서 내년에 첫 실험에 나서는 공공기관 시간제 일자리가 경험많은 경력자들이 아닌 고졸·대졸자 등 청년층 신규 채용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는 여성·고령층 등 전문성을 갖춘 경력직이 재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간제 일자리 본연의 목표와는 거리가 먼 질 나쁜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은 민간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직무 발굴 등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5일 공공기관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4년 잠정 채용계획에 따르면 295개 공공기관 중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 있는 곳은 136곳으로, 총 1천27명을 뽑을 예정이다.

내년에 시간제 근로자를 10명 이상 채용하면서 보수와 근로시간 등 계획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힌 24개 공공기관 중 23개가 시간제 근로자를 신입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경력직 채용 의사를 밝힌 공공기관은 기업은행 1곳으로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 생활을 중단한 여성을 중심으로 일 4시간 창구직 텔러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 채용이 나이와 경력 등 이른바 스펙을 초월하는 만큼 청년층뿐 아니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채용할 수 있지만 신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장 낮은 직급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는 학업과 육아, 점진적 퇴직 등 개인의 자발적인 수요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로서 시간제 일자리와 거리가 있는 또 다른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양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일자리, 일-학업을 위한 청년 학생 일자리,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고려한 고령층 일자리인데 세 분야에 걸맞은 직무를 발굴하지 못하다 보니 기존 청년 일자리만 시간제로 만들고 있다”면서 “잘 못하면 그냥 하위 일자리만 추가 공급하는 부작용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공기관들이 제시한 업무는 간단한 상담·접수 및 서비스 응대, 사무 지원, 순찰·경비 등 전문성이 있는 경력직이 할 수 있는 업무보다 단순 허드렛일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24개 공공기관 중 8곳이 시간제 정규직 모집 대상을 고졸자로 지정한 것도 전문직 중심의 양질 일자리보다 질 나쁜 청년 일자리를 추가 공급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의 내년 고졸 채용인원은 1천933명으로 올해의 2천512명보다 23% 감소했다.

고졸채용 감소 인력 규모(579명)가 내년에 처음으로 선발하는 시간제 일자리 1천27명을 전일제로 환산한 553명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고졸 할당량을 시간제로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24개 공공기관이 제시한 시간제 근로자의 평균 보수는 연 1천618만원으로 다른 조건이 동일한 공공기관 전일제 근로자 연봉(2천890만원)의 56% 수준이다.

연봉은 1천100만원에서 2천400만원까지 2.2배 격차가 있다. 기본적으로 주5일 하루 4시간 근무를 설정하고 있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5~7시간을 근무하도록 해 보수 차이가 상당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공공기관별로 채용 계획을 만들어가는 단계”라면서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이 협업해 시간제가 근무하기 적절한 직무를 발굴하고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제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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