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덩치보다 과도한 대출금… ‘합리적 의심’ 결여

회사 덩치보다 과도한 대출금… ‘합리적 의심’ 결여

입력 2014-02-08 00:00
업데이트 2014-02-08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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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허술한 여신심사… KT ENS 사례 살펴 보니

대형 사기대출 사고에 연루된 은행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관행적으로 해 온 대출심사 시스템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당국은 은행뿐 아니라 전체 금융사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피해 금융사도 당초 드러난 13개사보다 불어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의 2012년 순익은 47억원이다. 사기를 공모한 납품업체 N사는 자본금이 1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하나은행은 수천억원, 농협과 국민은행은 각각 수백억원의 돈을 빌려줬다. 회사 덩치나 상환능력에 비해 대출금이 과도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이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대출액수가 회사 규모에 비해 크기는 하지만 (대출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갖춰 안 해 줄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KT ENS가 대기업(KT)의 자회사이다 보니 자금용도의 적정성이나 상환능력, 적정 대출한도 등을 상대적으로 덜 따져봤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N사는 휴대전화 납품업체인데 정작 KT ENS는 수년 전부터 휴대전화 총판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13개나 되는 금융사 가운데 단 한 곳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 대출자의 이름만 다를 뿐,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같다는 점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돈을 빌려주면서 증권사의 보증을 붙였다. 국민은행은 농협은행이 발행한 수익증서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다. 대출금 회수라는 ‘안전장치’만 믿고 심사를 느슨하게 했거나 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서류 심사 위주의 외담대 관행도 문제로 지목된다. 은행들은 “대출 때마다 직원들이 일일이 현장에 나가 납품 물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기 행각이 수년에 걸쳐 이뤄졌는데도 내내 ‘깜깜이’였다는 것은 자체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금융사들이 대기업을 과신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모든 금융사의 외담대 실태를 조사해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 문책하고 미비점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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