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새판짜기’ 바람…”낡은 성장엔진 바꾸자”

재계 ‘새판짜기’ 바람…”낡은 성장엔진 바꾸자”

입력 2014-09-09 00:00
수정 2014-09-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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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필두로 현대차·SK·한화·포스코 등 동참

재계에 사업구조 재편 바람이 거세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누적된 부실을 털어내고 낡은 성장엔진을 교체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남보다 한발 앞서 경영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삼성그룹을 필두로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한화그룹,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사업의 틀을 새롭게 짜는 작업에 앞다퉈 동참하는 모습이다.

◇ 삼성 사업재편…외환위기 이후 최대

삼성그룹은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해온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가 최근 꺾이면서 성장동력 고갈에 대한 우려가 그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비용을 절감하는 경영쇄신에 나서는 한편 그룹 전반의 사업·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사업재편 작업은 지난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SDS-삼성SNS, 삼성SDI-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에 이어 지난주 삼성중공업-삼성엔지어링이 합병을 선언하면서 사업재편 범위가 전자, 중화학에서 건설 부문으로 확대됐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제작과 설계 능력을 모두 갖춘 연매출 25조원 규모의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들을 합쳐 몸집을 키우고, 흩어져 있는 연관 사업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은 이와 함께 지주사격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삼성SDS의 상장을 추진하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재편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 같은 사업구조 재편은 외환위기 직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태풍이 휘몰아쳤던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 현대차 중복사업 통합…SK ‘미래 먹거리’ 인수합병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하루 만에 7개 계열사를 3개로 줄이는 합병을 단행했다.

현대위아는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를 흡수합병했고,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씨엔아이를, 현대건설은 현대건설 인재개발원을 각각 품에 안았다.

이는 연관 사업이나 중복 사업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위아는 자산 5조5천억원이 넘는 핵심 부품계열사로 부상했으며, 파워트레인 일괄생산 체제를 갖춤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업 재편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건설 부문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했으며, 지난해는 철강 부문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강판(냉연) 사업을 합쳤다.

SK그룹은 ‘떼고 붙이는’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SK가스는 지난주 SK건설로부터 SK D&D 지분 45%를 인수했다. 발전사업을 강화하고 사업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다.

SK가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과 액화석유가스(LPG)를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6월 스마트 앱세서리(모바일 앱+액세서리) 사업을 강화하고자 음향기기 전문업체인 아이리버를 인수했다. 2월에는 국내 4위 출동경비 업체인 네오에스네트웍스를 인수해 추진 중인 스마트홈 사업에 속도를 더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 C&C는 지난해 홍콩 스마트기기 유통업체 ISD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본격적인 글로벌 반도체모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K그룹은 이와 함께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7천600만 달러에 인수한 미국 태양전지 제조업체 헬리오볼트를 올 초 매각했다.

◇ 한화 수직계열화 추진…포스코 불요불급 사업 정리

한화그룹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석유화학·태양광·첨단소재 등 3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 부문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제약업체 드림파마를 매각하는 대신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해 주력 제품 원료인 염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미국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를 검토하는 등 향후 석유화학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인수합병도 준비 중이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발전·유지보수·리테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호주의 주택용 태양광업체 엠피리얼을 인수했으며, 일본·독일·중동에서도 태양광 리테일업체 인수와 발전소 운영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첨단소재(옛 한화L&C)는 건재사업 부문을 팔아 해외의 자동차·필름 관련 소재기업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했다.

포스코는 지난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철강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요불급한 사업들은 모두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았다.

글로벌 철강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난을 극복하고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우선 광양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지분과 제철 부산물 판매사인 포스화인, 남미에서 조림 사업을 하는 포스코-우루과이를 매물로 내놨다.

최근에는 세아그룹에 포스코특수강을 넘기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소재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엠텍에서도 도시광산사업부 매각을 위해 인수 희망 업체를 물색 중이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가공업체인 포스코AST와 전기모터용 코어 제조사인 포스코TMC,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사인 엔투비 등 자회사 3곳을 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변경했다.

◇ 두산 중공업 위주 사업재편 마무리

일찌감치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두산그룹은 재편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업 100주년이던 1995년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수출 중심의 중공업으로 재편하겠다고 천명한 뒤 음료, 주류, 의류, 패스트푸드 등 20여개에 달했던 소비재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지난주에는 마지막 남은 소비재 사업이던 두산동아를 인터넷서점인 예스이십사에 매각했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발전·담수설비(두산중공업), 건설장비(두산인프라코어), 건설(두산건설) 등 수출 중심의 중공업 위주로 사업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그룹은 소비재 사업을 정리하면서 마련한 자금으로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해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복안도 갖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업체인 퓨얼셀파워를 합병하고, 뒤이어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한 것은 이 같은 구상에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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