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읍·면·동 기능 강화돼야/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읍·면·동 기능 강화돼야/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1-10-11 00:00
수정 2011-10-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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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정부들은 주민들을 위한 생활현장의 행정 서비스 개선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지방행정 관련 시책이 개혁 차원에서 도입돼 시행돼도 노력한 만큼 일반 주민들이 못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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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읍·면·동 기능의 약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477개의 읍·면·동이 있다. 농촌의 읍·면이 1416개, 그리고 도시의 동이 2061개다. 읍·면·동은 최소의 행정단위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전선에 위치한다. 그런데 1999년부터 읍·면·동 기능개편을 단행해 현재는 개편 전의 3분의1 정도밖에 기능을 못하며, 그 결과 공무원 수도 현재 동의 경우 10명 정도 수준이다.

개편 이전에는 일반 민원기능부터 사회복지 기능, 지방세 세원관리, 주·정차, 불법건축물 단속, 환경, 그 밖의 보조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개편 이후 주민등록·인감관리를 비롯한 제한된 업무만 하고, 사회복지 서비스의 경우엔 신청만 받아서 본청으로 전달해 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 결과, 가령 동네에 비가 많이 와서 축대가 무너지고 재난상황이 발생해도 가까이 있는 동에는 담당공무원이 없어서 본청에서 와야 한다. 복지서비스의 경우에도 직접 독거노인을 찾아갈 인력이 부족하다.

사실, 이제까지 각종 행정개혁은 본청을 위주로 행해졌다. 성과평가제도, 총액인건비제 실시 등이 그러한 예다. 그래서 행정개혁을 해도 공무원들 자기들끼리만 바쁘지, 주민 행정서비스에 관한 한 이전과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생긴 것이다. 주민의 서비스 체감도와 거리가 멀다는 게 문제다. 적어도 이 체감도 개선을 위해서는 경미한 인·허가 사항은 읍·면·동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읍·면·동의 기능이 강화돼야 하고, 본청에 있는 공무원의 일부를 읍·면·동으로 배치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인구 71만명 되는 리즈시에 우리의 동에 해당하는 16개의 원스톱서비스 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주민들의 생활민원이 완결된다. 또 영국의 자치단체들은 본청과 현장 공무원의 배분 비율이 2대8로 현장서비스 기관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정반대다. 인구 65만명 청주시의 경우, 30개 동에 있는 공무원 수는 300명 수준으로 전체 공무원 1800명의 20%도 되지 않는다. 생활서비스 전달 체계상 허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는 읍·면·동을 주민자치회로 하고 행정기능은 오히려 더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개편에 관한 한, 현재보다 본청의 기능을 읍·면·동으로 분산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들이 주민행정 서비스 기능면에서 강화돼야지, 오히려 그 반대로 대민 행정기능을 축소시키고 본청으로 수행기능을 올라가게 하는 방안은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자치단체 간 통합이 이뤄져 본청과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주민과 가까이 있는 읍·면·동 기능이 강화되면, 본청 위치를 놓고 주민들이 서로 싸우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는 이번 기회에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행정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도록 읍·면·동 기능 개편도 추진돼야 마땅하다.

2011-10-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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