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력계통 운영기능 통합해야 하는 이유/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시론] 전력계통 운영기능 통합해야 하는 이유/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입력 2011-10-11 00:00
수정 2011-10-1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지난 9월 15일 대규모 정전사태 탓에 사상 초유의 혼란을 겪었으며,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큰 경제적 피해를 보았다. 해외에서도 2003년 8월 미국 북동부, 중서부 및 캐나다 동부의 약 5000만명이 나흘간의 대규모 정전사태로 고통받았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한 위의 국가들은 비록 시기·형태·방법 그리고 범위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모두 민영화와 경쟁 도입 그리고 규제 완화로 대표할 수 있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시행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전력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감시하는 기능이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구조 개편으로 관련 조직이 늘어나면서 관리에 대한 책임이 분산되어 안정적인 전력수급 관리능력이 약화되었으며, 대규모 정전사태와 같은 전력시스템의 위기관리 능력에 허점이 나타난 것이다.

9·15 정전사태도 전력계통 운영을 책임진 한전과 전력거래소, 지식경제부 간의 전력수급 상황에 대한 실시간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상상황에 대한 인식과 의사결정의 혼선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의 구조적 원인은 송전망은 한전이 소유하지만 계통운영은 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는, 소유와 운영이 분리된 이원적 체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에 계통운영 기능이 이관된 이유는 2001년 발전분할 이후 배전분할과 도소매 경쟁이 단계적으로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전분할은 2004년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으로 중단되었다.

전력계통 운영에 대한 소유와 운영의 이원화로 말미암은 문제점은 이번 정전 사고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계통사고 발생 때 대응능력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관련 기관들 사이의 정보공유 한계 때문에 신속한 복구 및 대응이 지연되고, 책임소재 논란으로 사고원인 규명과 사후 예방대책 수립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전력계통 운용과 투자의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계통계획 수립과 휴전업무 등 두 기관의 계통운용 업무가 중복으로 수행되고, 기술개발 및 인프라에도 중복투자가 발생한다.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자의 설비운영 현장지식 부족으로 비상시 위기대응 판단력 등 계통운영 역량이 약화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서는 송전망 소유와 계통운영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로 먼저, 전력계통 사고 때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운전원 간의 책임 인식이 공유되어 상호 유기적 협조가 강화되며, 계통과 송전 간의 정보공유로 대응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휴전계획·계통보호 등 관련업무의 일원화로 신속한 의사결정 및 계통운용의 효율성이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중복투자 등 낭비적 요인이 제거된다. 설비투자를 책임지는 기관이 계통운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투자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중복업무의 단일화로 인력 및 운영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단일 송전회사가 송전망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송전망 소유와 계통운영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지식경제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하여 수행한 ‘전력산업구조 정책 방향 연구’에서도 ‘우리나라는 단일송전망 구조로 효율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송전망 소유와 계통운영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전력시스템의 기술적 신뢰도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도 않은 경제적 편익을 우선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전력거래소와 같이 구조개편과 함께 만들어진 새로운 조직의 기술적 이해와 경험이 감소하였음은 물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하였다. 효율적인 전력시장을 만들기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발생 가능한 다양한 기술적 위험에 대한 적절한 분석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전력계통 운영기능의 통합을 비롯하여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야 할 것이다.

2011-10-11 3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