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행복기금의 성공 조건/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국민행복기금의 성공 조건/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3-06-04 00:00
수정 2013-06-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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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가 경제 최대 현안인 가계부채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단추로 국민행복기금을 지난달 출범시켰다. 일단 예상보다 많은 금융 낙오자들이 몰려 흥행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급조된 형태의 발표안보다 다소 합리적으로 조정된 형태로 시작돼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선량한 금융 소비자들의 보호에는 역행하는 문제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서민금융의 연체율이 2배까지 급등하는 등 도덕적 해이 조장의 문제가 적지 않다. 물론 부동산 침체와 아울러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고 한국판 장기 복합불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 대규모 가계 파산을 제도적으로 막아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고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의 정치 체제 속에 구조개혁이라는 근본적인 정책 접근보다는 임기응변식의 단기처방으로 길들여진 탓에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사리고 있어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과 건전한 성장 정책하에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행복기금이 현재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하게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재고해야 한다.

첫째, 금융서민의 문제를 정치적 포퓰리즘의 대상으로 접근해온 관행을 불식하기 위해 기존 정책과 연계된 구조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제정된 한마음금융(2004년), 희망모아(2005년), 신용회복기금(2008년) 등도 모두 원금 탕감을 해주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장담했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신뢰를 상실했다.

행복기금 역시 정부 정책의 신뢰성 부족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행복기금을 성실 채무이행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구조로 개편,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 기존 30% 원금 탕감 대상의 성실 채무 이행자보다도 연체자들이 더 많은 원금 탕감(50%)을 받는 것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들이 세금 안 내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은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신용 지원의 형평성 원칙에 위배되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고 시정해야 한다. 행복기금의 주체인 캠코나 행복기금사무국이 비판의 입을 막는 관료적 ‘슈퍼갑’의 행태를 버려야만 도덕적 해이는 물론 금융 낙오자에 대한 일시적 시혜성 정책의 폐단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채권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와 약탈적 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대출법과 같은 금융소비자 보호제도가 병행돼야 한다. 또한 고금리 시대에 제정된 이자제한법도 이자 상한선이 시중금리의 추이를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채무자의 개인회생 기간을 단축하고, 채무 불이행자의 금융거래 제한 해소 등 기존 신용회복 제도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가계부채 및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정책은 일회성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기반을 계속 보완해야 한다. 특히 금융과 복지가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또 사적 채무 조정제도와 공적 채무 조정제도가 연계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과 같이 미시적 문제이므로 이 분야 비정부기관(NGO) 전문가들과의 연계 필요성이 요구된다.

최근 선진국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금융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투자’(임팩트 투자)가 시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목적채권(Social Impact Bond)이 발행되도록 인프라를 조성, 금융중개기관과 NGO가 협력하여 소기의 목적을 이루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창조적 금융의 발상이 필요하다.

2013-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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