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나고야의정서는 범정부적으로 이행돼야/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나고야의정서는 범정부적으로 이행돼야/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4-02-28 00:00
수정 201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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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협약 부속 유전자원에의 접근 및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나고야의정서의 실체적 성격 및 조약 이행에 관한 국제법과 국내법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된 나고야의정서는 1992년 6월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에 규정된 ‘유전자원의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2000년 제5차 당사국총회에서 임시작업반을 설치한 이래 11년간의 협상을 거쳐 어렵게 채택됐다. 나고야 의정서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협약은 기후변화협약과 함께 지구 상의 대표적인 환경보호조약이다. 그러나 나고야의정서의 주된 목적과 대상은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환경보호 차원을 뛰어넘는다.

나고야의정서는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용에 있어서 유전자원의 제공국과 이용국 사이의 이익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능적 유전단위를 포함하는 동물, 식물 및 미생물 등 유전자원은 자연과학분야의 연구 개발에 주로 이용되고 의약품과 화장품 등 바이오산업에도 필수적인 재료들이다. 따라서 나고야 의정서의 국내 이행에는 단순한 자연환경 보호를 넘어 다양한 경제·사회적 이해가 고려돼야 한다.

조약의 지위를 갖는 나고야의정서는 헌법에 따라 비준을 통해 국내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등과 달리 조약의 국내법상 이행에 별도의 법률, 소위 이행법률이란 게 채택되도록 요구되지 않는다. 즉 나고야의정서의 이행만을 위한 독립된 법률이 채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고야의정서와 같이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경우 국내법상 원활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비준의 시점에서 관련 법률의 개정 등 적절한 입법조치가 마련될 필요는 있다. 이러한 대응 조치를 통해 나고야의정서의 내용에 관련된 연구개발, 농업, 수산업, 의약품 등에 관한 기존의 다양한 국내법령이 동 의정서의 내용에 일치된다. 이 점에서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은 유전자원의 취득, 연구개발 및 산업적 이용에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자원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의 범정부적이고 일관된 접근을 요구한다.

올해 10월 강원 평창에서 생물다양성협약 제12차 당사국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나고야의정서의 발효에 50개 국가의 비준이 요구된다. 유전자원을 많이 보유한 남미와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과 유전자원에 관심을 가진 유럽국가들이 가세하면 나고야의정서가 당사국총회 개최 이전에 발효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사국총회의 주최국인 우리나라가 이번 회의 개최 전까지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래야 나고야의정서가 관련된 국제회의의 주최국인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신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다. 이미 서명도 한 마당에 나고야의정서의 비준이 지체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고야의정서가 비준돼야 하는 시점은 의정서의 내용에 관련된 기존 국내법령이 충실하게 개정되고 관련된 정부부처가 의정서의 국내 이행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시점이어야 한다. 당사국총회의 개최 시점을 맞출 목적으로 무리하게 서둘러 나고야의정서가 비준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해외의 유전자원을 더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용국 입장에 있다. 그동안 유전자원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와 관련된 여러 국제회의에서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다.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에는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피해가 없도록 충실하게 반영돼야 한다.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은 특정 정부부처에만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현명하고 치밀한 범정부적 접근이 필요하다.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은 신중하게 차질없이 준비돼야 한다.
2014-0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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