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식의약] 미생물과의 영원한 전쟁-그 끝의 시작/신인수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 소통협력과장

[지구촌 식의약] 미생물과의 영원한 전쟁-그 끝의 시작/신인수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 소통협력과장

입력 2019-09-16 20:34
수정 2019-09-1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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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수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 소통협력과장
신인수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 소통협력과장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류의 역사를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표현했다. 그 투쟁의 중심에 미생물과의 전쟁이 있다. 수백만 년을 이어 온 이 전쟁에서 지금까지 인간의 완벽한 승리, 즉 ‘박멸’은 1979년 천연두 한 건에 불과하니 참패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연합군의 치밀한 전략으로 21세기 첫 승을 앞두고 있다.

2차대전이 끝난 1950년대 초 어린이들로 가득 차야 할 미국의 놀이터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당시 대유행한 소아마비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소크 박사팀은 죽은 바이러스 백신, 즉 사(死)백신을 개발해 150만여명이 참여하는 최초의 대규모 백신 임상시험을 했다. 1955년부터 백신접종이 이뤄져 1953년 3만 5000여건이던 소아마비 발생 건수가 1961년 161건으로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한편 사빈 박사가 개발한 먹는 소아마비 백신인 생(生)백신도 1500만명 임상시험을 거쳐 1961년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간편한 투여 방식과 뛰어난 예방 효과로 이미 개발된 주사용 백신을 제치고 주된 백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들 백신의 맹활약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1988년 전 세계 125개국에서 35만건이 발생하던 소아마비가 2018년 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2개국에서 33건만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WHO는 2023년까지 소아마비 박멸전략을 수립해 소아마비가 없는 세상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려 하고 있다.

WHO의 전략 무기인 백신은 먹는 생백신을 모두 주사인 사백신으로 전환하는 데서 출발한다. 생백신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주변 사람을 감염시켜 백신에서 기인한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실이나 병원에서 보관하는 소아마비 바이러스나 임상검체를 모두 폐기하거나 철저히 격리하는 데에 온 나라가 힘을 쏟고 있다.

한국도 백신 공급에 참여하고 있다. WHO가 개도국을 대신해 품질을 인증하는 사전적격심사(PQ)를 받은 우리나라 회사 백신이 공급되고 있다. 2016년 12월 현재 우리나라는 4개사 19개 제품이 PQ 인증을 완료해 전 세계 5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류의 도전에 일조하는 인도적 측면 외에도 미래 산업적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소아마비 박멸전략이 앞으로 에이즈 등 많은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의 서전을 장식해 주길 기대해 본다.
2019-09-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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