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영선 의원 원내대표직 내놓는 게 온당하다

[사설] 박영선 의원 원내대표직 내놓는 게 온당하다

입력 2014-09-19 00:00
수정 2014-09-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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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에 휩싸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문희상 의원을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뽑고 박영선 원내대표는 계속 직을 수행하는 쪽으로 내분 타개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박 원내대표의 탈당이라는 극단적 사태는 막았다며 한숨 돌리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그러나 많은 관측들이 말해주듯 이는 수습도, 봉합도 아닌 내분 확산의 전주곡일 뿐이라 해야 할 것이다. 비상대책위 구성에서부터 차기 당권을 겨냥한 각 계파의 본격적인 세 싸움이 예고돼 있는 까닭이다.

새정연의 내분은 그 원인이나 결과가 어떠하든 모두 구성원들의 업이다. 박 원내대표의 거취 또한 그가 당내 직위를 지닌 존재라면 물러나든 말든 국민이 알 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130개 의석을 지닌 제1야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 내부로부터 사실상 거부당한 박 원내대표가 무슨 힘과 명분으로 여당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지, 여당인 새누리당은 그런 야당 원내대표와 무엇을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달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을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떠밀려 두 차례나 물린 바 있다. 새누리당과의 추가 협상 자체도 난망이지만, 설령 협상하고 무엇을 합의해낸들 또다시 당 소속의원들로부터 딱지를 맞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세월호법을 넘어 국회 정상화와 민생현안 처리에서도 당내 지지기반을 잃은 그가 정치력과 돌파력을 발휘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원내대표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한 상황인 것이다.

새정연 중진 몇몇이 모여 비상대책위원장을 새로 뽑고 박 원내대표는 유임하는 방안을 꺼내 든 것은 오로지 자기들 내분만 염두에 두고 있을 뿐 국회나 국정은 안중에 없음을 말해준다. 자신들이 부정해 놓고는 그가 탈당과 폭로라는 극단의 선택을 할 게 두려워 ‘원내대표직 보장’이라는 자가당착의 카드를 뽑았고, 박 원내대표 또한 경각에 놓인 자신의 정치생명을 지키는 데 급급해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자신들만을 위한 정치인 셈이다.

세월호 정국을 타개하고 하루속히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새로운 여야 협상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 때맞춰 ‘대리기사 폭행’ 사건으로 세월호유족대책위 임원진이 총사퇴한 현 상황은 새정연에 있어서도 진퇴양난의 수렁에서 벗어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귀책사유가 당내 계파구조에 있든 자신의 정치력에 있든 이미 협상 동력과 당내 기반을 잃은 상황이라면 박 원내대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회 정상화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모쪼록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2014-09-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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