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조화의 방향/안미현 논설위원

[길섶에서] 조화의 방향/안미현 논설위원

입력 2013-06-19 00:00
수정 2013-06-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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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에 갈 때마다 고민스러운 게 있다. 조화(弔花) 때문이다. 대개는 빈소 입구에 상주가 미리 마련해둔 국화가 있다. 밝게 웃고 있는 영정 속의 망자(亡者)에게 국화 한 송이를 바치려다 순간, 멈칫했던 맨 처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조문객들의 조화가 모두 나를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어쩌나…. 혼자만 방향을 거스를 수 없어 손에 쥐고 있던 국화를 뒤집었다.

그때부터였다. 상가에 가면 조화의 방향을 살피게 된 것은. 아주 가끔 망자를 향해 도열돼 있기도 하지만 거개는 조문객 쪽을 바라보고 있다. 궁금해서 예법을 찾아보았다. 향과 달리 헌화의 방향은 딱히 정해진 원칙이 없었다. 그저 앞사람의 방향을 무심코 따르는 게 순리인 듯싶었다. 하지만 왜 열에 여덟은…. 아마도 줄기 끝을 감싼 은박지나 맨살의 꽁다리보다는 새하얀 꽃송이가 수북하게 조문객 쪽으로 향하고 있어야 보기에 훨씬 좋기 때문이리라. 망자도 그걸 더 좋아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 떠나보내는 순간까지도 ‘산 자’가 우선인 것 같아 매번 마음이 별로다.

안미현 논설위원 hyun@seoul.co.kr

2013-06-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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