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미국 의대의 경쟁력과 우리 의대의 현실/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미국 의대의 경쟁력과 우리 의대의 현실/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입력 2013-03-22 00:00
수정 2013-03-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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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매년 전세계 대학의 순위를 발표하는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지난주에 2013년도 미국 의대 순위를 발표했다. 하버드, 스탠퍼드, 존스홉킨스 의대가 1~3위를 차지했다. 평가의 기준은 학생 선발 및 합격률, 다른 의대 학장에 의한 평판,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 규모, 교수 대비 학생 비율 등이다. 이와 같은 기준을 국내 대학에 적용했을때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과연 몇 위 정도일까? 학생 선발 기준이나 교수와 학생 비율은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나 외국 의대 학장의 평판과 NIH 연구비 규모 면에서는 미국 중위권 대학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난주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의 주요 의대를 방문해 학생 교환 및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학장들과의 면담과 방문 경험을 통한 미국 상위 의대의 경쟁력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자율과 무한경쟁’이다. 뉴욕에 있는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는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 2학년 때 우수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 이때의 선발 기준은 리더로서의 자질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우선적으로 본다. 동부의 명문 코넬 의대 학장은 지난해 선발한 학생 중에는 전문 탭댄서로 16년간 일한 학생과 미술을 전공한 학생이 포함됐다고 했다. 컬럼비아 대학은 예술과 의학을 복합으로 전공하는 의사-석사(MD-MSc) 과정과 매년 한 학년의 10%에 해당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의사-박사(MD-PhD) 연계 학위 과정을 통해 의과학자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대 교육 과정도 대학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컬럼비아 의대는 해부학 실습에서 전체 의대 학생이 직접 시신 실습에 참여하는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UCLA대학은 전문 조교가 인체 구조물을 찾아내면 학생이 관찰하는 것으로 해부학 실습을 대체하고 있다. UCLA 교육부학장은 전문 조교의 도입 이후 해부학 실습 강좌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미국 명문 의대는 학생 선발에서뿐 아니라 의과대 커리큘럼도 대학의 사정에 맞게 다양한 강좌와 복합 연계 학위 과정을 통해 학문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그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개교 150년 만에 한국인 최초로 정형외과에서 정년 보장을 받은 이영인 교수는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된 것을 무한 경쟁에서의 생존이었다고 표현했다. 정년 보장을 받는 과정에서 연구 업적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NIH에서 주는 연구비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연구비가 없으면 아무리 정년이 보장되어도 본인의 봉급을 만들 수가 없어서 학교를 떠나야 된다고 한다. 정년 보장을 받은 이후에도 교수들의 학문 및 연구에 대한 경쟁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학도 최근 정년 보장에 대한 강화와 경쟁 체제가 도입되었으나 ‘대학교수는 철밥통’이라는 얘기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간의 경쟁도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의 유대인계 의대인 마운트 사이나이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는 학생 선발이나 장학금 수혜율 등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아인슈타인 대학은 지난주 의대 랭킹에서 30위권에 머물렀지만 연구중심 의대로 발돋움하기 위해 MD-PhD 과정에 들어온 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고 있다. 코넬 의대가 MD-PhD 학생들 중에서 40%만 장학금을 주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학교의 명예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의대협의회에서는 8년에 한 번씩 미국에 있는 140여개의 전체 의대를 평가한다. 올해 평가에서 1개 의대가 인증 탈락의 위기에 처해 있고, 13개 의과대학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한다. 하지만 미국 대학이 우리의 의대와 다른 것은 의과대 학생들이 사회의 리더가 되고 학문 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우수한 의대생들이 미래를 창조하는 의과학 선도자가 돼 다음 세대 신성장 동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가 다 같이 힘을 모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2013-03-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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