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美·中외교’ 회고록 출간
“마오(쩌둥)는 냉소적이었고, 저우(언라이)는 통찰력이 뛰어났다. 장쩌민 전 주석은 절대 외국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철학적 원칙이라고 말했다.”1971년 ‘비밀·잠행 외교’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냈던 헨리 키신저(88) 전 국무장관이 두 나라 외교 관계를 다룬 ‘중국에 관해’(On China)를 17일 출간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키신저의 마지막 저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책에는 수교 당시 외교 비사는 물론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의 대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키신저는 책에서 “중·미 협력 관계는 세계 안정과 평화에 필수 불가결하다.”면서 “두 나라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닉슨 전 대통령이 대중국 외교 정책을 시작할 때 키신저가 맡았던 역할을 설명했을 뿐 아니라 중국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서방에 대한 외교 정책과 견해를 형성해 왔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키신저는 중국의 도약으로 양극 체제가 다시 만들어지고, 새로운 냉전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내부에 군사 강국을 추구해 미국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민족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진영이 있고, 미국 워싱턴에도 대결 관계를 선호하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키신저는 회고록 출간에 맞춰 이뤄진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사담 후세인(전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뒤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넘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을 훼손하는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응징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2011-05-18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