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北남침승인, 美극비문서 입수영향”

“스탈린 北남침승인, 美극비문서 입수영향”

입력 2011-05-18 00:00
업데이트 2011-05-1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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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저서 “中부담 가중…소련 의지 강화 속셈도”

스탈린이 당초 입장을 바꿔 김일성의 남침계획을 승인하는 결정으로 선회한데는 한반도를 미국의 극동방어선에서 제외한 트루먼 행정부의 극비문서를 입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분석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외교사를 정리해 출간, 17일 발매된 저서 ‘중국에 관해’(On China)를 통해 한국전쟁을 전후한 동북아 정세와 소련과 중국의 외교관계, 미국의 대(對) 아시아 정책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키신저는 김일성은 1949년 6월 미군이 남한 철수를 시작하자 그때부터 전면적인 남침 승인을 소련과 중국에 요청했지만 스탈린과 마오쩌둥 모두 김일성 제안을 반대했다며 1949년 12월 스탈린과 마오가 모스크바 회담에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 회담에서 마오는 김일성의 남침계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스탈린의 질문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대만을 점령하는 중국내전이 완료될 때까지 북한의 남침은 연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고 회고록은 소개했다.

키신저는 “하지만 미국의 입장이 모호했기 때문에 김일성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미국의 방침이 바뀌기 전에 남한을 먼저 침공하려 애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일성의 남침계획에 반대했던 스탈린은 1950년 4월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때 이 같은 입장을 전격적으로 바꿔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했으며 나아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고 키신저는 전했다.

키신저는 “스탈린 동지는 ‘김일성에게 국제정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침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아시아의 공산권에 도전하는 것을 더욱 주저할 것이다. 미국의 정보에 따르면 분명하다. 지배적인 분위기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는 소련이 원자탄을 갖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강화되고 있다’고 언명했다”고 기록된 소련 외교문서도 소개했다.

키신저는 이어 “최근 획득한 외교문서는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당시 스파이망을 통해 NSC 48/2 문서를 입수해 볼 수 있었던 것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키신저는 “이 문서는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 외곽에 두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었고, 특히 이 문서가 극비문서로 취급됐기 때문에 소련의 정보분석가들은 아주 신뢰할만한 정보로 간주했다”고 진단했다.

키신저는 스탈린이 남침에 대한 방침을 변경한 또 다른 이유로 중.소 우호동맹조약을 체결하는 양국 협상과정에서 중국이 소련의 이익을 유지하는데 적극적이고 항구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되고 중국에 대한 환상이 깨진데서 비롯된 고도의 전략적 계산도 개재됐다고 분석했다.

키신저는 “마오는 스탈린과의 협상과정에서 중국에서 소련의 이권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부동항 다롄항에 대한 소련의 영유가 잠정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스탈린은 통일된 공산주의 한반도가 해양으로 나가는 소련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탈린은 이와 함께 1950년 4월 회담에서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하면서도 소련이 서방쪽 현안에 전념해야 할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북한의 남침시 “소련으로부터 큰 원조와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중국의 마오에게 모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중국쪽에 한국전쟁의 책임과 부담을 넘기는 입장을 취했다고 키신저는 전했다.

키신저는 이 같은 스탈린의 노선을 “중국측에 위험부담을 넘기면서 소련이 지정학적 이익을 얻겠다는 속셈”이라며 2차 세계대전전 독.소 불가침조약을 체결해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키도록 방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에서도 위험을 분산하는 전술을 적용했다고 분석했다.

키신저는 “김일성의 남침시 미국이 개입할 경우 중국이 위협을 받아 소련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증가할 것이고, 중국이 미국 개입에 대응할 경우에도 소련의 대규모 지원을 필요로 할 것이며,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중국에 실망한 북한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증가할 것”이라는게 스탈린의 계산이었다고 진단했다.

김일성은 모스크바 방문을 마친 후 5월 베이징을 방문, 마오를 만나 스탈린의 입장을 전하고 중국의 남침승인도 요청했으며, 이후 중국은 긴급 외교전문을 통해 소련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소련측은 외교전문에 대한 답신에서도 “스탈린 동지는 북한 동지들과 협의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계획을 동의했다”면서도 “이 문제는 중국과 북한의 동지들이 최종적으로 함께 결정할 사안”이라며 남침 승인의 부담을 중국측에 떠넘기는 입장을 취했다고 키신저는 분석했다.

키신저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이로부터 10년후 중국과 소련은 어느 쪽이 김일성의 남침을 허락하는 최종적인 승인을 내렸는지에 대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논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1960년 6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당시 후루시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 펑진을 만나 “마오가 남침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스탈린은 (남침승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중국측 책임론을 주장했고, 이에 펑진은 “마오는 전쟁을 반대했고, 남침에 동의한 것은 스탈린이었다”고 반박하며 논쟁을 벌였다고 키신저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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