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국왕 “벨기에가 유럽을 위태롭게 해”

벨기에 국왕 “벨기에가 유럽을 위태롭게 해”

입력 2011-07-21 00:00
수정 2011-07-2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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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 연설서 ‘무정부 상태 세계기록’ 개탄



벨기에의 알베르 국왕이 20일 ‘무정부 상태 세계기록’을 계속 갱신 중인 벨기에의 정치상황을 개탄하면서 벨기에가 국민의 안녕 뿐아니라 유럽통합 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알베르 국왕은 21일의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한 TV 방송 연설을 통해 “독립기념일에는 새 내각으로부터 취임 선서를 받는 기쁨을 국민들과 함께 누리고 싶었으나 불행히도 그러지 못해 유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국왕은 보고를 받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경고를 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두 가지 권리는 이미 행사했고 이제 세 번째인 ‘경고할 권리’를 국민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행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선 작년 4월22일 선거구 분할을 둘러싼 언어권 간 갈등 끝에 내각이 총사퇴하고 6월13일 총선거를 치렀으나 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정당들 간의 협상이 만 1년이 훨씬 넘도록 타결되지 않아 ‘공식 정부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독립기념일 연설에선 정치적 교착상태에 대해 단 한 문장만 언급했던 77세의 알베르 국왕은 이날은 연설의 대부분을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 채웠다.

알베르 국왕은 “국민들이 미래에 대해 점점 더 어둡게 여기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사라져 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모든 벨기에 국민의 사회ㆍ경제적 안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왕은 이어 “우리의 현 상황은 파트너 국가들의 우려도 사고 있으며, 이는 유럽에서의 우리의 역할을 훼손할 뿐아니라 유로 회의주의자와 포퓰리스트들이 반대해온 유럽 통합의 동력조차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정치인과 그 보좌진은 우리 문제들을 해결할 균형잡힌 방책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 뒤 국민들에겐 “나라를 분열시키는 언어ㆍ문화적 장벽들을 뛰어넘자”고 호소했다.

그간 연정 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원인은 ‘자치권 확대’를 정부구성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삼을 것이냐를 둘러싼 이견이었다.

부유하고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북부 플랑드르 지역은 자치권 확대를 원하는 반면 실업률이 플랑드르의 2배가 넘고 프랑스어를 쓰는 남부 왈롱 지역은 그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자치권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왈롱지역 제1당인 왈롱사회당은 지난 7일 플랑드르지역 제1당인 신(新)플랑드르연대’(N-VA)와의 최종협상이 깨지자 플랑드르 지역 제2당인 플랑드르기독교민주당에 제안서를 던지고 동의 여부를 21일 오후 1시까지 답해달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공공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의 97% 수준인 벨기에의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벨기에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날 또 7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10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다는 악재도 이어졌다.

벨기에는 유럽연합(EU)의 창설 멤버이자 언어권이 다른 지역들이 국가를 이뤄 사는데다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본부가 있어 유럽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젠 분열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뉴스통신사 벨가는 보도했다.

또 일간지 르 수아르는 유로존 채무위기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의가 2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것을 언급한 뒤 “벨기에와 유럽이 약간의 차이를 두고 동일한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논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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