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풀어 날 살린 아버지”…원자바오 사부곡

”시계풀어 날 살린 아버지”…원자바오 사부곡

입력 2011-11-04 00:00
수정 2011-11-0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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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정치적 박해와 가난 속에서도 자신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까지 성장하게 한 선친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톈진시(天津) 공산당위원회 기관지인 톈진일보는 3일 원 총리가 지난달 25일 톈진시에 있는 모교 난카이(南開) 중학(중ㆍ고교 과정)을 방문해 했던 강연의 전문을 실었다.

원 총리는 학생들과 교사들 앞에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소개하며 올해 숨진 부친의 얘기를 꺼냈다.

원 총리는 자신이 일본군이 중국을 점령하던 1942년 톈진 근교의 이싱부(宜興埠)라는 농촌의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학교, 중학교에 다닐 당시 부모님과 삼남매까지 다섯 식구가 9㎡가 채 못 되는 집에서 살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원 총리는 어린 시절 자신이 디프테리아에 걸렸을 때 아버지가 손목시계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주사를 맞혀 주고는 수년 동안 손목시계 없이 지냈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1960년 부친이 ‘역사 문제’로 교직을 박탈당하고 교외의 돼지 농장으로 보내졌다는 아픈 가족사도 공개했다.

원 총리가 자세한 사연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중국에서는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당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정치적 박해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게 돼 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했던 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돼지농장”이었다”며 “아버지는 휴가를 청해 집으로 돌아오셔 내가 짐을 싸는 것을 도와주셨다”고 회상했다.

원 총리는 “평생을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신 그분은 올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지질학자로 오래 일하다 정계에 발탁된 원 총리는 “아버지께서 자연 지리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나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지구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부친의 영향이 컸음을 강조했다.

원 총리의 강연문은 원래 지난 2일 전문지인 중국교육보를 통해 먼저 공개됐지만 중국 안에서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뉴욕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원 총리의 부친과 조부가 정치적 수난을 겪었다는 내용을 부각해서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관영 종합지인 톈진일보는 3일 이 강연문을 다시 게재하고 이어 큐큐닷컴 등 중국 포털 사이트들이 일제히 이를 주요 뉴스로 부각시키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중국 선전 당국이 원 총리 가족의 과거사 부분만이 지나치게 부각된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해 ‘강연의 전체 맥락을 보라’는 차원에서 강연문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원 총리는 강연 내내 자신이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는 과정에서 가난한 보통의 백성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됐다면서 인민을 위한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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