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사임에 로마도심 축제 분위기

베를루스코니 사임에 로마도심 축제 분위기

입력 2011-11-13 00:00
업데이트 2011-11-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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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기대반 우려반…정치권 변화엔 회의적

이탈리아 정치사상 최장수 총리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총리직을 사임한 12일 저녁(현지시간) 로마 시내는 축제 분위기였다.

하원 의사당 앞 몬테 치토리오 광장과 총리 관저 주변에 모여있던 수천 명의 군중들은 “잘 가시오. 실비오”, “마침내 그가 떠났다”, “이탈리아여, 영원하라”며 환호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춤을 췄고, 일부는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했다.

약 20여 명의 성악가와 악기 연주자들로 이뤄진 소규모 악단이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연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저녁 마지막 내각회의를 마치고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임을 밝히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군중은 ‘어릿광대’, ‘감옥에나 가라’, ‘마피아’ 등 온갖 야유를 퍼부었다.

베를르스코니는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관저 앞에서도 비슷한 야유를 들어야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군중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측근에게는 “매우 씁쓸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이긴 했지만, 총리 관저 앞에 모인 군중 속에는 베를루스코니의 이름을 연호하며 여전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제개혁안 투표가 시작되던 이날 낮 몬테 치토리오 광장에는 경찰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바리케이드가 설치됐지만, 노란색과 빨간색 등 형형색색의 깃발과 피켓을 들고 하나둘씩 몰려든 군중에 이내 점령당했다.

오후 4시께 500여 명에 불과했던 군중은 밤이 되자 수천 명으로 늘어나 광장 주변 도로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이탈리아 정치 리더십의 교체를 전하기 위해 몰려온 CNN, NBC, BBC 등 각국 언론매체의 취재진과 중계차량들은 광장의 출입제한 구역에 진을 치고 의사당을 오가는 의원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왔다는 한 청년은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뒤 “나 같은 20대 젊은이들은 90% 이상이 베를루스코니를 싫어한다”며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을 즐기려고 친구들과 같이 로마에 왔다”고 말한 뒤 자신들만의 축제를 위한 자리를 준비했다.

기술학교 교사인 50대 남성은 “베를루스코니가 떠났다고 해서 당장 크게 달라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 정부에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정치권의 변화와 경제위기 타개 전망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원 의사당 앞에서 162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에타노씨는 “정치인들이 먼저 급여를 절반 이상 삭감하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 정치인들이 받는 급여를 비교한 도표를 내밀었다.

20대 초반의 한 여학생은 “외국언론들은 총리가 물러나니까 큰 관심을 갖고 찾아왔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며 “총리 교체가 국가적으로 큰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위기가 금방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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