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전범재판 시작…문제는 시간

’킬링필드’ 전범재판 시작…문제는 시간

입력 2011-11-21 00:00
수정 2011-11-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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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대부분 80대 고령, 평결 전 사망 가능성

‘킬링 필드’로 악명을 떨친 크메르루주 정권(1975~79년) 핵심인사 4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지만 피고인들의 나이와 재판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정작 핵심 혐의에 대한 단죄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복잡성은 피고인들이 모두 80~86세 사이의 고령이어서 건강상의 문제를 갖고 있다는 데 있다.

재판은 혐의에 따라 구분된 일련의 ‘미니 재판’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첫번째 미니 재판에서는 수만명이 사망한 1975년의 반(反)인도적 강제이주 범죄에 대한 제한된 혐의만을 다루게 된다.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강제이주는 캄보디아를 완전한 ‘시골 국가’로 만들기 위해 진행됐다.

법정은 전쟁 범죄와 집단 학살, 그리고 살인, 강간, 고문과 같은 기타 반인륜 범죄 혐의에 대해 순차적으로 진행될 미니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220만명을 학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일련의 미니 재판에서 어떤 범죄에 대해 청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일정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피고인 중 한 명 혹은 그 이상이 재판이 끝나기 전에 사망해 크메르루주 정권이 ‘샴 무슬림’과 ‘소수파 베트남인’으로 알려진 두 개의 소수인종을 말살하려 했다는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서는 다루지도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3명의 소수파 베트남인을 대변하는 리마 응구엔 씨는 “만약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 다루지 못한다면 재판정은 적어도 소수파 베트남인에 대한 베트남으로의 강제추방 사건에 대해 다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구엔 씨는 “집단학살 재판은 나의 고객들을 위한 정의의 실현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집단학살 범죄자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교훈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23명의 샴 무슬림을 대변하는 로르 쿤사이 씨는 그의 고객들이 집단학살과 반인류 범죄에 대한 유죄판결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나의 고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기소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처벌받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열린 사회의 정의’란 시민단체의 재판감시원인 클레어 뒤피는 “재판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번 미니 재판이 법정으로 하여금 무죄 또는 유죄를 내리도록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뒤피 씨는 샴 무슬림과 소수파 베트남인에 대한 집단학살 혐의가 다뤄질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재판관들도 ‘여건이 허락할 경우’ 두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이주 혐의에 대해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뒤피 씨는 “이는 아직도 재판정이 재판의 첫 단계에서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 다룰 것을 결정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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