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기 對 한반도 정책 큰 변화 없을 듯

푸틴 3기 對 한반도 정책 큰 변화 없을 듯

입력 2012-03-05 00:00
수정 2012-03-05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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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등거리 외교 및 실리 추구 원칙 고수 전망

블라디미르 푸틴 3기의 대(對) 한반도 정책도 푸틴 1, 2기 및 메드베데프 대통령 집권기 때와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0년 푸틴이 집권하며 윤곽을 잡았던 대 한반도 정책의 골격, 즉 주변 강국들과 동등하게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고 남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유지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러시아가 최근 역점을 두는 시베리아 ㆍ극동 지역 개발의 필수 조건인 동북아 지역의 안정화 및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한반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1기 집권 직후인 2000년 6월 발표한 ‘러시아의 대외정책 개념’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러시아의 동등한 참여를 확보하고 남북한과의 등거리 관계를 유지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대 한반도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나란히 한반도 문제 해결에 개입하고 남북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신(新) 등거리 노선은 구체적으로 첫째 러ㆍ북 관계와 러ㆍ한 관계의 속도를 맞추는 이른바 ‘평행이동’의 원칙을 지향하고, 둘째 이북제남(以北濟南)의 발상에 기초해 남북한 분단 현상이 제공하는 기회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다음으론 남ㆍ북한 및 북ㆍ미, 한ㆍ미 간에 존재하는 모순을 최대한 활용하여 러시아에 불리한 역학구조를 능동적으로 타파하고, 마지막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한반도를 동북아 나아가 유럽과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는 거시적 세계전략을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푸틴은 활발한 방문외교와 전방위적 경제 실리외교를 통해 실추된 러시아의 위상과 영향력을 강화하고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면서 한반도 전략을 가다듬었다. 1990년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약화됐던 대 북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남북한 균형외교를 채택하고 여러 차례에 걸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개인적인 유대를 강화했다.

북한을 통과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는 한편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러시아 극동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한국으로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이같은 푸틴 대통령의 대 한반도 정책은 옐친 대통령이 추구했던 한국 편향 외교가 오히려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떨어트리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성에 기초한 것이었다.

남북한 등거리 외교와 실리추구 원칙에 기초한 러시아의 대 한반도 정책 기조는 푸틴 대통령에 이어 2008년 집권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 와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북한과는 정치ㆍ외교 상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의 지렛대로 삼는 동시에 한국과는 경제협력 관계에 초점을 맞춘 실리 외교를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북핵 문제로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남ㆍ북ㆍ러가 함께 참여하는 3각 협력 프로젝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해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고, TKR과 TSR 연결의 전초 사업으로 러-북 국경도시인 하산과 나진을 잇는 52km 철로 개보수 공사에도 공을 들였다. 극동 지역의 잉여 전력을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가스관과 비슷한 노선으로 송전선을 부설하는 사업도 깊이 검토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한때 주춤했던 이 3각 협력 사업들에 러시아는 여전히 애정을 보이고 있다.

푸틴은 자신의 집권 1, 2기와 메드베데프 집권기 때의 대 한반도 정책 틀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면서 러시아에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시베리아 ㆍ극동 지역 개발 사업과 긴밀히 연계된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면 과제인 경제 현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극동ㆍ시베리아 지역 개발에 주력하며, 올해 APEC 정상회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외교ㆍ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두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9월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를 극동ㆍ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외국 투자 유치의 홍보전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에 동북아 지역 안보의 핵심인 한반도 상황의 안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푸틴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외교 정책 방향을 설명한 현지 언론 기고문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북한의 야망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 체제의 견고함을 시험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미국이나 한국의 압박 시도를 경고하면서 “지금은 각별히 조심성을 보일 필요가 있으며 (북한의) 우발적 대응조치를 유발할 수 있는, 새 북한 지도자의 견고함을 시험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웃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러시아가 한반도 상황의 안정화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방법론에서는 정치ㆍ외교적 협상을 통한 대화 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화의 구체적 형식으론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나아가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시적 협상 기구를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보장을 위한 다자 협의 기구로 발전되길 바라고 있다. 남북한 평화를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이 함께 보장하는 형태다.

이는 2차대전 이후 동ㆍ서독과 미ㆍ소ㆍ영ㆍ불 4개국이 협력(2+4)하여 독일의 분단 체제를 관리하고, 마침내 통독을 이뤄낸 경험을 한반도에 적용하겠다는 발상이다.

동시에 6자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고집엔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때 남ㆍ북한과 미국ㆍ중국이 주도한 4자회담과 경수로 건설 프로젝트에서 러시아가 배제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추락했던 아픈 기억도 작용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과 관련, 러시아의 참여를 보장받는 가장 확실한 방안을 6자회담으로 보는 것이다.

러시아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맺어온 유대관계임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6자회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한국에 러시아가 나름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도 러시아가 북한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차기 푸틴 정권도 북한과의 유대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한국과는 긴밀한 정치외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시베리아ㆍ극동 지역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경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경제 현대화와 시베리아ㆍ극동 지역 개발을 위한 가장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과는 러-일 전쟁의 쓰라린 기억과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싼 영토문제가 협력의 걸림돌로 남아있고, 중국과는 겉으로 드러나는 밀월관계와는 달리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전통적 불안감이 브레이크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편안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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