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사’ 미군 이라크戰 영웅이었다

‘아프간 난사’ 미군 이라크戰 영웅이었다

입력 2012-03-19 00:00
수정 2012-03-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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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스 하사 공로훈장만 6차례

민간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공공의 적’이 된 미군이 이라크에선 무공을 세운 베테랑 참전용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로버트 베일스(38) 하사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날 쿠웨이트를 거쳐 미국 캔자스의 포트 리벤워스 군 교도소로 이송돼 독방에 감금됐다.

2001년 9·11 발생 2개월 뒤 군에 입대한 베일스 하사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총 37개월간 이라크에 3차례, 지난해 12월부터는 아프간에 배치받아 전투에 참여했다. 전투에서 세운 공으로 육군공로훈장만 6차례, 선행훈장을 3차례 받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그는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2010년 이라크에 주둔할 때는 여행을 하다 폭탄 테러로 차량이 전복되며 뇌손상을 입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2002년에는 여자친구를 모텔에서 성폭행하고 2008년에는 뺑소니를 치는 등 수차례 위법행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

베일스 하사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으나 발빠르게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전에 돌입했다. 17일 그의 변호사 에마 스캔런은 성명을 통해 “베일스 하사의 친구들과 가족은 그를 신중하고 노련한 군인으로 여겼다.”면서 “그의 가족들은 이번 비극에 망연자실해 있지만,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 군인이었던 그의 편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에 따르면 베일스 하사와 가족들은 그가 아프간에 배치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발령이 나면서 매우 상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캐럴린의 블로그에는 가족들이 그가 중사로 진급하지 못해 실망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 이번 민간인 살해는 “스트레스와 술, 국내 문제가 얽힌 결과”라면서 “그는 그냥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16일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만난 희생자 유족들은 “그를 아프간에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군이 이번 사건의 진상 확인 노력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과 아프간의 양국관계가 벼랑끝에 이르렀다.”고 맹비난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2-03-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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