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녀’ 강간범 동정?…CNN 공정성 시비

’만취녀’ 강간범 동정?…CNN 공정성 시비

입력 2013-03-19 00:00
수정 2013-03-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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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고교 미식축구부 성폭행 사건의 불똥이 보도전문채널인 CNN으로 튀었다.

술에 취한 또래 여고생을 성폭행한 가해 학생들의 처지를 동정하는 듯한 보도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18일(현지시간) 문제의 CNN의 보도로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공간이 분노의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일요일인 전날 오전 11시께 스튜번빌 고교생 2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를 연결했다.

여기자인 파피 할로우는 “이런 상황은 평생 처음이다. 너무나 가슴이 저리다”는 감성 어린 논평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풋볼 스타이자 매우 훌륭한 학생들이기도 한 두 젊은이는 자신의 인생이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고 여기고 있다”며 “두 사람에게 벌어진 이런 상황을 보고 있는 나 같은 ‘외부인’도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인성교육 부재가 사건의 본질임에도 “술이 이 사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유죄 선고를 받은 학생들이 여학생 가족에 다가가 사과하는 말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해당 영상을 소개했다.

이날 긴급뉴스를 진행한 여성 앵커인 캔디 크롤리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TV 토론에서 사회를 봐 유명세를 얻은 CNN의 간판 기자인 크롤리는 CNN의 법률 담당 해설위원에게 “두 사람이 덩치는 크지만 이제 16살에 불과하다”며 “이번 선고가 앞으로 이들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고 물었다.

이에 폴 캘런 해설위원은 “두 사람은 소년원을 나온 뒤 성범죄자로 등록되고 어딜 가든 이웃들이 이를 알게 된다”며 “소년원에서 1, 2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계속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롤리는 뒤늦게나마 피해 여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발언을 하며 현장 기자에게 마이크를 넘겼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할로우 기자는 “피해 여학생이 원한 것은 재판이 아니라 법정에 앉아서 증언하는 것이었다”며 “피해자의 어머니가 지금 막 두 아이를 불쌍히 여긴다는 성명을 내놨다”고 전했다.

문제의 보도가 나간 뒤 트위터에는 “불쌍한 CNN. 유죄 판결이 전도유망한 스튜번빌 강간범들의 인생을 망친 게 아니라 강간 행위가 그들 스스로를 망친 것이다”, “CNN은 강간 피해자보다 강간범들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는 조롱과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블로그를 통해 “CNN이 난타당하는 것은 스튜번빌 사건을 공격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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