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개회 의회에 공 넘겨…군사행동 늦춰질 공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를 응징하고 공격할 준비가 끝났지만, 군사 행동 이전에 의회 승인을 받겠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미국의 공습 등 군사 작전은 의회가 9월 9일 개회해 토론과 투표를 거쳐 무력 사용을 승인해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조 바이든 부통령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팀을 백악관에 소집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회의를 개최하고 나서 이같이 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다마스쿠스에서 일어난 일(화학무기 사용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에 눈을 감아서도 안 되고 눈을 감지도 않을 것”이라며 “심사숙고한 끝에 나는 이에 상응해 군사 개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군이 시리아 주변 지역에 이미 배치돼 있으며 결정만 내리면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공격 시점은 내일이 될 수도 있고 내주가 될 수도 있으며 내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나 스스로 군사 작전을 명령할 권한이 있지만 이에 대한 민주적인 토론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무력 사용에 대해 민의를 대표하는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 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원했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회 지도부에 5주간의 여름 휴회를 끝내고 9월 9일 다시 문을 여는 대로 이 문제를 토론해 투표를 거쳐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회 이전에 상·하원을 긴급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해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시리아 응징에 대한 강경 기류에 앞장섰던 영국이 의회 반대에 부딪히고 미국도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기로 함에 따라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공격은 금명간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화학무기로 이스라엘과 지역 동맹을 위협하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의회가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도 여름 휴회가 끝나고 9월 초 이 문제를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에릭 캔터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원내부대표,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의원총회 의장 등 당 4역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협의에 따라 하원은 9월 둘째주에 이 문제를 심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헌법에 따라 전쟁 포고 권한은 의회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군사 행동을 하는 데 필요한 승인을 요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애초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공습 등 군사 행동 방침을 재천명하면서 이날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날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명백하다면서 ‘자체 시간표’에 따라 제한적인 군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특히 화학무기 사용 여부 및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하기 위해 시리아에 머물던 유엔 조사단이 레바논으로 철수하면서 미국의 공습 등 군사 행동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 작전 명령을 내리려 했다가 30일 밤 생각을 전격적으로 바꿔 ‘의회 사전 승인’이라는 카드를 내밀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31일에 열린 외교·안보팀 회의에서 이에 반대하는 각료와 보좌관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는 이날 오후 헤이글 장관과 케리 장관, 라이스 보좌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제임스 윈펠드 합참 부의장 등이 총동원돼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군사 개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