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수술후 낙담’ 벨기에男 안락사 허용에 논란

’성전환수술후 낙담’ 벨기에男 안락사 허용에 논란

입력 2013-10-04 00:00
수정 2013-10-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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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윤리적 허용범위 논쟁 고조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가 결과에 낙담,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은 벨기에인이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받고 생을 마감해 안락사의 윤리적인 허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나탄 베르헬스트(44)는 지난달 30일 브뤼셀의 한 병원에서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안락사로 죽음을 맞이했다.

안락사를 수행한 의사 빔 디스텔만스는 “확실히 그는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베르헬스트는 2009년∼2012년 성전환을 위해 호르몬 요법과 수술을 받았으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자괴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안락사를 받기 전 벨기에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난시’라는 이름으로 3명의 남자 형제와 자란 그는 가족 사이에서 자신이 “아무도 원치 않는 딸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의사들이 그의 ‘심리적인’ 고통을 이유로 안락사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벨기에 안팎에서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담당의 디스텔만스는 이미 유사한 사례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청각장애에 이어 시력까지 잃게 된 40대 쌍둥이 형제에게 안락사를 했다.

벨기에 국가안락사위원회의 자클린 에레망 위원은 현지 RTL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이 “법적 요건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베르헬스트가 일시적인 우울증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판단하고자, 정신과 의사를 포함한 2명의 의사가 그의 상태를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벨기에는 2002년 5월 네덜란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안락사를 허용했다. 벨기에의 지난해 안락사 건수는 1천432건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미국 역사학자인 팀 스탠리 박사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이는 성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안락사를 허용함으로써 인간성을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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