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된 ‘스티븐 김 사건’…”인생 2막에 초점둬야”

일단락된 ‘스티븐 김 사건’…”인생 2막에 초점둬야”

입력 2014-02-08 00:00
업데이트 2014-02-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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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싸움 통해 ‘간첩법’ 부당함 알린 성과 평가해야

지난 2010년 8월27일 미국 법무부와 검찰은 한국계 핵과학자인 스티븐 김(한국명 김진우) 박사를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무시무시한 혐의였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구체적인 간첩활동을 했다든지 국가기밀 정보를 몰래 빼돌렸거나 미국의 주적을 도운게 아니라 한 언론사 기자에게 ‘기밀’을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알려진 것을 종합해보면 김 박사는 2009년 5월 미국 최대의 국립 핵연구기관인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 소속으로 국무부 검증·준수·이행 담당 차관보 선임보좌관(정보담당)으로 일할 때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와 관련해 폭스뉴스 기자에게 설명해주라는 국무부 요청을 받고 제임스 로젠 기자와 통화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로젠 기자는 그해 6월11일 북한이 유엔 결의안에 대응해 추가 핵미사일 실험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내 정보원을 통해 파악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당시 북한 정황을 웬만큼 아는 관계자라면 누구나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김 박사는 자신의 행위가 ‘간첩법 위반’이 아니라며 법정투쟁을 벌여왔다.

그 싸움은 이후 4년 가까이 지속된다. 김 박사의 힘겹고 외로운 투쟁과정이다. 그 사이 한국의 부모는 집을 처분했고, 누나와 매형이 모은 재산도 모두 변호사 비용으로 써버렸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들어갈 비용만 100만달러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보석금 10만 달러를 내고 가석방 상태로 재판을 받는 스티븐 김은 법원의 이동제한 명령으로 집에서 25마일(약 40km)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국 검찰은 기소단계에서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각종 자료 공개 등을 미루면서 ‘시간끌기’를 했다. 이 때문에 공식 재판 일정도 오는 4월28일에야 잡혀있었다.

스티븐 김 사건은 한동안 잊혀진 이슈가 되는 듯했으나 지난해 AP통신에 대한 전화통신 기록 압수사건이 불거진 뒤 세인들의 관심권에 다시 등장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당국이 스티븐 김은 물론 로젠 기자의 개인 이메일이나 전화통화 시간, 국무부 본청 출입기록 등을 샅샅이 추적한 것이 폭로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어쩌면 이런 과정이 미국 수사당국으로 하여금 이번 사건을 조기 마무리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른바 양심적인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 검찰측에 큰 부담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측과 김 박사가 합의한 형량이 징역 13개월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월 미국 버지니아주 지방법원은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조직원을 물고문한 사실을 폭로했던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인 존 키리아쿠에 대해 징역 30개월을 선고했다.

당시에도 ‘내부고발자 논란’이 있었다. 그때 판결문에는 “이번 사건은 내부고발자와 관련된게 아니라 엄숙한 신뢰를 배반한 사람에 관한 것”이라며 “솔직히 징역 30개월은 너무 가벼운 벌”이라는 내용이 있다.

30개월의 절반도 안 되는 13개월이라는 시간이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46세인 김 박사의 경우 오는 4월2일 정식 선고를 받고 13개월의 수감생활을 거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끝없는 법정 투쟁을 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법정 심리 과정에서 검찰 측의 기소내용을 보면 김 박사가 특수한 지위에서 국가기밀 정보를 취득한 뒤 이를 ‘고의로’ 기자에게 누설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미국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지적됐다.

어찌보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연방검찰이 매우 엄격하게 법을 적용할 경우 한 개인이 피해갈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검찰이 기소한 간첩법의 경우 법정 투쟁에서 패배할 경우 최고 1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동안 법정투쟁 과정에서 미국 정부권력에 의한 부당한 힘의 행사, 특히 간첩법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제기된 것도 김 박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17년 제정된 간첩법은 미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둘러 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있다. 특히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이 법은 미국 정부가 이른바 ‘내부 고발자’들에게 경고를 보내려고 활용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김 박사를 잘 아는 한 지인은 7일 “일개 자연인으로서 미국 연방정부라는 거대한 존재를 상대로 4년 가까이 싸워온 것만해도 엄청난 성과”라면서 “이제는 수감생활 이후 ‘인생 2막’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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