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을 ‘저능아’에 빗대어 비난마세요”

”오바마 대통령을 ‘저능아’에 빗대어 비난마세요”

입력 2014-02-08 00:00
업데이트 2014-02-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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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장애올림픽 홍보대사 “’지적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저능아’(지적장애인의 속어·retard)라고 표현하며 비난해온 미국의 보수 논객이며 여성 작가인 앤 쿨터가 뜻밖의 역풍을 맞고 있다.

쿨터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 때문에 동생의 친구가 사망했다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쿨터의 발언이 있은 이후 미국 인터넷에는 존 프랭클린 스티븐스 미국 장애인올림픽 홍보대사가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쿨터를 향해 쓴 ‘공개편지’가 다시 공개돼 누리꾼들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편지는 다운증후군 환자이자 미국 장애인올림픽 선수 출신인 스티븐스가 2012년 10월23일 작성한 것이다. 이 편지는 쿨터가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저능아’라고 비난한 직후 ‘반박글’ 형식으로 쓰였다.

쿨터에 대한 반박글이라는 형식을 떠나 글의 내용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인권문제’를 생생히 담고 있어 새삼 누리꾼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를 안다면 지적장애인을 비하하는 ‘저능아’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게 편지의 뼈대다.

편지는 “쿨터씨, 당신은 멍청하지도 않고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왜 ‘ㅈ’으로 시작하는 모욕적인 말을 계속 사용하는가”라고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는 올해 서른살로 남들이 ‘멍청이나 바보’로 여기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나는 멍청하지도 않고 바보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이해하는 게 느릴 뿐”이라며 “그래선지 간밤에 당신의 ‘ㅈ’자로 시작하는 표현에 대한 반박글을 생각하느라 온종일이 걸리긴 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스티븐스가 작성한 공개편지의 내용이다.

”처음에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묻고 싶었다. ‘대통령도 어릴 적에 당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지만 장애인올림픽 참가자들처럼 온갖 수모를 극복해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아니면 하도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하는 모든 말을 비꼬는 탓에 오바마 대통령은 무슨 얘기를 하기에 앞서 늘 (지적장애인처럼 더디게) 고민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조건이 좋지 않은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싸구려 집에 살면서 적은 월급을 받아도 ‘인생은 멋진 선물’이라고 마냥 좋게만 바라보는 멍청한 사람이라고 비꼬는 줄 알았다.

쿨터씨. 저능아들은 정말로 그렇긴 하다. 하지만 더한 것도 이겨내면서 산다.

나는 당신의 (저능아라는 표현을 쓴) 트윗을 보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나와 같은 사람(저능아)과 연결시켜 하찮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신은 오바마 대통령을 나와 같은 저능아와 같다고 말하면 세상 사람들이 속시원한 욕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TV에 나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도 당신은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사람들의 반발이 무서워 그만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과 세상은 ‘나와 같은 사람(지적장애인)으로 비교되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를 명심해야 한다.

우리처럼 ‘겪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극복하면서 인생에 대해 감사하며 사는 사람’도 없다. 언제 한 번 장애인 올림픽에 와봤으면 좋겠다. 그런 뒤에도 당신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보고 싶다. 아직 사귀지 못한 친구로부터”

스티븐스의 편지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장애인 동계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더욱 누리꾼들의 관심을 돋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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