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신문사, 여론조사 조작” 전화녹음 파일 파문

“터키 신문사, 여론조사 조작” 전화녹음 파일 파문

입력 2014-02-08 00:00
수정 2014-02-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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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언론검열 관련 감청파일 잇따라 폭로

터키 신문사가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를 조작한 증거라고 주장된 전화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터키 일간지 자만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개된 음성파일에 일간지 하베르튜르크의 편집국장과 경영진, 총리의 아들 등 3명이 전화로 나눈 대화가 녹음됐으며 이들은 지난해 3월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베르튜르크의 파티흐 알타일르 편집국장과 이 신문을 보유한 지네르 미디어그룹의 파티흐 사라치 부회장의 통화 내용은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과 쿠르드계 정당인 평화민주당(BDP)에 유리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지지율과 부동층 일부를 정의개발당과 평화민주당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라치 부회장은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아들인 빌랄 에르도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지지율 조작 방침을 알려줬다.

이 조작은 당시 에르도안 총리가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진행한 평화협상에 지지하는 여론이 많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파인 민족주의행동당은 국제사회가 테러집단으로 지정한 PKK에 강경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족주의행동당 유수프 할라초울루 의원은 전날 의회 연설에서 이 파일을 재생해 보이면서 “터키 언론 전체를 모욕한 것으로 하베르튜르크는 검열의 상징이 됐다”고 비난했다.

할라초울루 의원은 하베르튜르크의 기사는 앞으로 믿지 않을 것이며 이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민족주의행동당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도 “언론은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하는데 정권의 노예와 무선조종 장난감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 역시 “여론조사를 믿지 않겠다. 총리가 언론과 여론조사 결과에 직접 개입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알타일르 국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지 않고 보도했으며 자사 보도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이 감청파일을 공개한 트위터 사용자의 아이디는 터키어로 ‘도둑의 아들’이란 뜻인 ‘하람자델레르’다.

이 사용자는 에르도안 총리가 지난해 6월 사라치 부회장에게 하베르튜르크TV가 방송 중인 뉴스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전화통화 녹음파일도 지난 5일 트위터에 공개한 바 있다.

이 파일에 따르면 에르도안 총리는 “모로코에서 TV를 보고 있다. 바흐첼리의 발언이 계속 방송되고 자막으로도 나오는 데 당장 없애라”고 말했고 사라치 부회장은 “지금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서는 방송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삭제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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