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행정장관, 사석에서 “그만두고 싶다”…녹취 공개

캐리 람 행정장관, 사석에서 “그만두고 싶다”…녹취 공개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9-03 15:57
업데이트 2019-09-03 15:5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AFP 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AFP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의 완전 철회를 촉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집회·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사석에서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람 행정장관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이 지난주 홍콩에서 사업가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24분 분량의 녹취를 입수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람 장관은 비공개 회동에서 “내가 홍콩의 지도자로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행정장관직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영어로 말했다.

람 장관은 또 회동에서 “경찰관들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받는 압박을 줄이지 못하고 정부에, 특히 제게 화가 난 다수의 평화로운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했다.

아울러 “중국 본토에 대한 홍콩인의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이 이렇게 큰지 알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안을 추진한 것은 결론적으로 매우 어리석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폭우에도 흔들림 없는 홍콩 집회
폭우에도 흔들림 없는 홍콩 집회 사진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안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날 집회는 홍콩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 주도로 열렸다. 2019.8.18 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추진해 온 송환법안은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사안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홍콩 남성 범죄인을 대만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자칫 홍콩에 있는 반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연행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여론의 반대에 직면한 람 장관은 지난 7월 9일 주례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송환법안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요구하는 송환법안의 완전한 철회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송환법안 반대 집회·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회동에서 람 장관은 시위가 격화하면서 쇼핑몰이나 미용실에도 가지 못하는 등 일상 생활에도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면서 “요즘은 외출하기조차 극히 어렵다. 밖에 나가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소재가 바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람 장관은 또 “불행히도 이런 상황에서 홍콩 행정 수반으로서 (혼란 수습을 위해)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인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시위대 진압하는 경찰
시위대 진압하는 경찰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한 지 이틀째를 맞은 지난달 13일 무장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어 “중국은 홍콩 거리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중국은 국제적인 체면을 중시한다.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점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의 녹취가 공개되자 람 장관은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람 장관은 “홍콩을 돕기 위해 나와 홍콩 행정부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지난 3개월 동안 끊임없이 되새겨 왔다”면서 “중국 정부와 사퇴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사퇴를 중국 정부가 만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퇴하고 싶지만 사퇴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점심 식사를 겸한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한 말이 외부로 새어 나간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고,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로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