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걔 청중이 요것밖에’ 트럼프는 “가짜뉴스 때문” 짜증

‘애걔 청중이 요것밖에’ 트럼프는 “가짜뉴스 때문” 짜증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6-21 05:18
수정 2020-06-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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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사 속도 늦추라니까 말을 안 들어” 실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뱅크 오브 오클라호마 센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석달 만에 재개된 대통령선거 유세 시작 27분 전 모여 있다. 뒤쪽의 휑한 관중석이 눈에 띈다. 털사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뱅크 오브 오클라호마 센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석달 만에 재개된 대통령선거 유세 시작 27분 전 모여 있다. 뒤쪽의 휑한 관중석이 눈에 띈다.
털사 로이터 연합뉴스
‘애걔걔 이것 밖에 안돼?’

 20일(이하 현지시간) 1만 9000명이 들어간다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뱅크 오브 오클라호마 센터 관중석은 곳곳에 빈 자리가 듬성듬성 보였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과 함께 석달 동안 중단됐다가 이날 대선 유세를 재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캠프는 100만명 이상이 입장 티켓을 신청했다며 대단한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훨씬 적은 인파가 찾았다고 영국 BBC와 미국 야후! 뉴스 등이 전했다. 대회장 관중석은 3분의 2정도만 찼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작한다. 유세를 시작한다”고 호기롭게 외쳤는데 곧바로 “가짜 뉴스” 때문에 인파가 적게 몰렸다며 “(대회장) 바깥에는 일부 나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주 나쁜 짓들을 벌인다. 날 지지하는 이들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데 방해를 받고 있다”고 선동했다.

 한 술 더 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검사 도를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하면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 정부에 ‘양날의 칼’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많은 2500만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나쁜 점은 광범위한 검사가 너무 많은 확진자 기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 규모로 검사를 한다면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사례를 찾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제발 검사 도를 늦추라고 당부했는데, 그들은 검사하고 또 검사한다”고 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농담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언론은 포화를 집중했다.

 이날 유세 참가자들은 어떤 질환에 감염되더라도 유세를 개최한 측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내에서와 별도로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바깥에서 한 번 더 유세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얼마 안돼 안전을 이유로 취소했는데 알고 보니 그만큼 인파가 몰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초 주최측은 20만명 정도가 털사 중심가에 운집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턱없는 추측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재개되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뱅크 오브 오클라호마 센터에 입장하려는 이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긴 줄을 서 있다. 털사 월드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재개되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뱅크 오브 오클라호마 센터에 입장하려는 이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긴 줄을 서 있다.
털사 월드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말마따나 연설 몇 시간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 관계자 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전해진 것이 어쩌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 측은 이날 코로나19 안전 조치 차원에서 검사한 결과 확진자가 나왔으며, 이들을 즉각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6명은 물론 이들과 직접 접촉했던 사람들도 털사 유세 현장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프 측은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질 것에 대비해 행사장 입장 전 발열 체크를 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배포하고 손 세정제도 행사장에 비치했다. 또 유세 찬반 시위가 격렬해져 양측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이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를 하루 앞두고 트위터를 통해 시위자들을 향해 강한 경고를 날렸다. 그는 “오클라호마에 가려는 모든 시위자나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 또는 범죄자들은 당신들이 뉴욕, 시애틀, 미니애폴리스에서처럼 취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매우 다른 장면이 펼쳐질 것이다!”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다만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적인 시위자’들을 가리킨 것이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까지 막겠다는 차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털사시는 이틀 동안 행사장 근처에 오후 10시부터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가 이를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트윗을 올려 “방금 매우 훌륭한 GT 바이넘 털사 시장과 통화했다. 그는 집회에 참석하는 많은 지지자를 위하여 오늘 밤과 내일 밤 통행금지령을 발령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유세 참가자들에게 “즐거운 시간 보내시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청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앉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행사 사진을 올리며 “조 바이든의 집회. 열정은 제로(0)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털사가 왜 트럼프 대통령이 재개하는 대선 유세의 첫 장소인지를 둘러싼 시비도 있었다. 1921년 이곳에서 백인 폭도들이 흑인들과 가게들을 급습하는 폭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전날 텍사스주에서 미국의 마지막 노예해방 선언이 이뤄진 일을 기념하는 평화 집회를 열면서 알 샤프턴 목사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이야 말로 처음으로 모든 사람을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연설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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