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실, 후궁 11개월만에 복위시킨 속내는…

태국 왕실, 후궁 11개월만에 복위시킨 속내는…

김규환 기자
입력 2020-09-03 20:52
수정 2020-09-0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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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와 권력싸움서 승기 잡았을 가능성
반정부시위 등 왕실 반감 잠재우려는 듯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지난해 8월 26일 후궁으로 책봉했던 경호원 출신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시니낫은 왕실 지위를 박탈 당하고 왕실로 수감됐는데 이번에 독일 알프스 자락에서 시간을 보내는 국왕이 다시 불러 함께 지낸다고 독일 일간 빌트가 보도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지난해 8월 26일 후궁으로 책봉했던 경호원 출신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시니낫은 왕실 지위를 박탈 당하고 왕실로 수감됐는데 이번에 독일 알프스 자락에서 시간을 보내는 국왕이 다시 불러 함께 지낸다고 독일 일간 빌트가 보도했다.
AFP 자료사진 연합뉴스
태국 왕실의 후궁이 국왕과 왕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고 내쳐졌다가 11개월 만에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68)이 시니낫 웡와끼라팍(35)의 모든 왕실 및 군 지위를 회복하도록 지시했다. 국왕의 결정에 따라 시니낫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왕의 배우자’라는 이전의 지위와 군 계급을 모두 회복했다.

코로나19 사태로 3월부터 독일 휴양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유명 호텔에서 체류 중인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해 3월 왕비 수티다(42)와 결혼식을 올린 뒤 7월 후궁 격인 시니낫을 `왕의 배우자`로 임명했다. 육군간호대 출신인 시니낫은 왕실 근위대에서 근무하다가 국왕의 눈에 들어 후궁이 되고 군 소장으로 진급하는 등 파격 승진했다. 국왕이 왕실 홈페이지에도 시니낫 이력과 여러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가 탱크톱 차림으로 경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사진은 접속이 폭주했다.

시니낫은 자신을 왕비로 책봉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 오만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국왕의 분노를 샀다. 3개월 뒤 와치랄롱꼰 국왕은 “사익만을 추구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시니낫의 모든 왕실과 군 지위를 박탈했다. 시니낫의 왕실 복귀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내쳐진 뒤에도 왕비와 권력 싸움을 벌여 승기를 잡았을 공산이 크다.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는 마당에 와치랄롱꼰 국왕이 왕실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릴 목적으로 대중에게 인기 있는 시니낫을 복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태국에서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야당 강제해산 결정을 내리고 반체제 활동가들이 실종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태국의 스포츠음료 업체 레드불 창업주 손자가 저지른 음주 뺑소니 사망 사건이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권 심판론’으로 확대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20-09-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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