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야권 지도자 “할당 예산 500억弗의 절반 규모…거대 사기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와 측근 재벌들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시설 준비과정에서 수백억 달러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러시아 야권 지도자를 통해 공식 제기됐다.

부총리 출신의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는 반(反) 크렘린 연대운동의 레오니드 마르티뉵과 공동 작성한 보고서에서 소치 올림픽에 할당된 예산 500억 달러 가운데 250억~300억 달러가량이 사라졌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들은 “소치 동계올림픽이 거대 사기극으로 변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도 올림픽 사상 가장 돈이 많이 들게 된 소치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점점 불어나는 비용에 대해 이미 불만감을 표출한 바 있다.

경기장 신설, 도로와 호텔 보수, 새 철도 부설과 고속열차 시스템 도입 등 거의 모든 프로젝트는 정부가 직접 소유하거나 크렘린 당국과 가까운 억만장자들이 운영하는 거대기업들에 할당돼 있다.

공동 보고서에서 넴초프와 마르티뉵은 소치 올림픽의 다양한 비용 초과 사례들을 역대 올림픽과 대비해 6개월간 비교 분석한 결과 여러 회사의 경영진이 사실상 거액을 횡령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올림픽은 푸틴 대통령의 개인적 프로젝트”라며 “측근들의 횡령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정부에서 사회분야 담당 제1부총리를 역임한 넴초프는 푸틴이 권좌에 오른 2000년 야권에 합류했으며 모스크바에서 시위에 참가했다가 수일간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푸틴 치하의 부패와 실책에 관한 비판적 보고서들을 저술해 최근 유명해진 그는 푸틴 자신에 대해서도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축적했다고 비난해왔다.

크렘린 당국은 넴초프의 이전 보고서들에 대해 풍문과 추측에 기반을 둬 작성했다며 일축해왔다.

이번 보고서는 “공정 경쟁의 부재, 패거리 정치와 올림픽 관련 사항에 대한 검열이 비용 폭증 등으로 이어졌다”며 “횡령 자금은 고속철도 3천km, 80만 명분 주택을 건설하거나 러시아 도시마다 축구장과 수천 개의 아이스하키장을 지을만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크렘린 당국도 정부도 대응하지 않고 있다.

넴초프 보고서는 이날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에 때맞춰 공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