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로그] 계간 ‘시인수첩’ 야심찬 첫발 ‘문학수첩’ 전철 밟지 않기를

[문화계 블로그] 계간 ‘시인수첩’ 야심찬 첫발 ‘문학수첩’ 전철 밟지 않기를

입력 2011-05-11 00:00
업데이트 201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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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 151, 463, 125, 101, 93, 66…. 그리고 28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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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겨울호(28호)를 끝으로 사라진 계간 문학수첩(왼쪽)과 올 여름호로 창간된 계간 시인수첩(1호).   문학수첩 제공
2003년 겨울호(28호)를 끝으로 사라진 계간 문학수첩(왼쪽)과 올 여름호로 창간된 계간 시인수첩(1호).

문학수첩 제공
언뜻 규칙성을 찾기 힘든 숫자의 나열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문학 전문 잡지들의 통권 호수(號數)다. 1955년 창간한 월간 현대문학은 이달 677호를 냈다. 그 뒤 숫자는 계간 창비(1966년 창간), 월간 문학사상(1972년 창간), 계간 문예중앙(1978년 창간), 계간 실천문학(1985년 창간), 계간 문학과사회(1987년 창간), 계간 문학동네(1994년 창간)의 ‘훈장’이다. 오랜 세월, 정치·경제적 등의 이유로 정간과 휴간의 곡절을 겪으면서도 버텨온 한국문학사의 증거 숫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8과 1은? 28은 2003년 창간해 2009년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휴간에 들어간 계간 문학수첩의 통권 호수이다. 1은 그 계간지를 냈던 같은 이름의 출판사 문학수첩이 최근 선보인 시 전문 계간지 ‘시인수첩’ 창간호(여름호)다.

발행인은 김종철 문학수첩 대표가, 편집위원은 장경렬 서울대 교수,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허혜정 한국사이버대 교수가 맡았다. 333쪽에 이르는, 제법 두툼한 창간호 어디에도 상업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만화와 시, 사진과 시, 그림과 시 등 시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가 눈에 띄게 도드라진다.

앞으로도 ‘시인수첩’에서는 광고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재 20억원을 선뜻 출자한 김종철 발행인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광고나 외부 도움 없이 꾸려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인들에게 “정당한 원고료도 지급하겠다.”고 했다. 시를 싣고도 원고료를 주지 않거나 1년 정기구독권으로 대체하는 식의 비뚤어진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선언이다. 그 자신이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기에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 발행인은 “시인과 평론가들끼리만 서로 칭찬하거나 헐뜯는 풍토를 뛰어넘어 시를 사랑하는 사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분파주의’와 ‘패거리주의’라는 한국 문단의 고질적 병폐를 창간사에 정확히 적시하고 있는 점도 주변의 기대를 부풀린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발행인은 2003년 계간 문학수첩을 창간할 때도 “출판사 영리와 연계시키는 기존 관행을 배격하고 순수하게 한국문학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6년 뒤, 무기 휴간을 전격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변화의 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종합 계간지 형식보다는 장르 특성을 담보할 전문지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폐간 선언이었고, 그 배경에는 누적되는 적자가 실질적 이유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시인수첩에 딴죽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계간 문학수첩의 아픈 전철을 밟지 않기를, 그래서 한국문학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5-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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