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희 “뮤지션은 치유사..위로되는 음악이길”

조동희 “뮤지션은 치유사..위로되는 음악이길”

입력 2011-11-17 00:00
수정 2011-11-17 08: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조동진.동익 그늘 벗고 첫 솔로 음반

블록버스터급 영화보다 잔잔한 단편 영화가 오랜 시간 여운을 남길 때가 있다.

음악도 그렇다. 소리를 꽉 채운 비주얼용 음악보다 소박한 멜로디로 가슴을 적시는 음악이 두고두고 귀를 잡아당긴다.

화려한 사운드를 주입하는 시대이기에 따뜻한 입김 같은 싱어송라이터 조동희(38)의 음악은 되려 도드라진다.

조동희가 최근 1집 ‘비둘기’를 발표했다. 낯선 이름이다.

그는 1990년대 조동진, 조동익 형제와 장필순, 이규호 등 포크 음악인들의 공동 기획사였던 하나음악 출신으로 조동진, 조동익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지난해 조동희를 비롯해 장필순, 한동준, 윤영배, 오소영, 고찬용, 재즈 밴드 ‘더 버드’ 등 하나음악 출신들이 ‘푸른곰팡이’란 레이블로 다시 모여 하나음악의 부활을 알렸고 그 첫 작품이 조동희의 1집이다.

최근 신사동의 한 녹음실에서 만난 조동희의 표정에는 1993년 하나음악에서 출발해 18년 만에 자신의 첫 솔로 음반을 손에 쥔 설레임이 완연했다.

2002년 그룹 원더버드 활동 이후 2004년 결혼과 세 아이의 엄마로 육아에 주력하며 약 10년간 음악 공백기를 가졌기에 기쁨은 배인 듯 했다.

”원더버드 활동 후 간간이 영화와 연극 음악 작업도 했지만 10년간 쉰 거나 다름없죠. 육아와 곡 쓰는 작업을 병행하며 천천히 솔로 준비를 했어요. 지난해 (조)동익 오빠가 푸른곰팡이에서 음악을 해보라고 추천했고 제가 곡이 준비돼 있었기에 첫 음반이 됐네요.”

사실 푸른곰팡이는 기획사라는 개념보다 음악인들이 서로의 음반 작업에 십시일반 도움을 주는 음악공동체에 가깝다. 이번 음반에도 ‘낯선사람들’ 출신 고찬용과 ‘더 클래식’ 출신 박용준이 편곡과 코러스에 참여하고 기타리스트 함춘호, ‘더 버드’의 베이시스트 김정렬 등이 연주했다.

실력자들의 손을 거친 수록곡들은 건반과 기타가 이끄는 아날로그 사운드에 그의 여유자적한 창법이 어우러져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 가능하다.

현대 사회 도시인들을 비둘기에 빗댄 타이틀곡 ‘비둘기’가 대표적이다. ‘오늘은 한번 뿐 행복을 미루지마요, 잠시만 멈춰서, 내 안의 나를 봐요’란 솔직한 노랫말에서는 감정의 과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나긋이 속삭이듯 노래한 ‘그게 나예요’와 ‘나비의 귀향’ ‘어린 물고기’ 등에서도 치유와 위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곡들을 쓰며 그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을 잠재우지 못해 많이 울었다고 했다. 아이를 재우고 노트북으로 음악을 듣고, 음악을 놓지 않고자 산후조리원에서 가사도 썼다.

그 때문인지 그의 음악에 댓글을 다는 이들은 하나같이 ‘공감’을 첫손에 꼽는다.

”예전에는 제 얘기만 했죠. 결혼하고 아이 키우며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과거 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분들과의 소통을 통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거죠. 이번 음반을 들은 분들이 메일로 쪽지를 보내주는데 ‘마음이 치유됐다’고 하더군요. 제 음악에 공감해 준 것 같아 되려 감사해요.”

그러나 요즘의 음악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노선이기에 금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어려울 터.

”박용준 씨는 ‘맵고 짠 것보다 담백한 게 질리지 않고 손이 늘 간다’고 했고, 녹음 엔지니어 분은 ‘적어도 스킵하지 않는 음악, 처음부터 끝까지 가만히 둘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다’고 했죠. 귀에서 가만히 흘러가는 음악이 10년 뒤에도 듣고 싶지 않을까요.”

영화 연출을 전공했지만 음악으로 방향을 선회한 데는 조동진, 조동익의 영향도 컸을까.

그는 “동요 대신 오빠들의 음악을 듣고 자랐지만 오빠들이 음악을 가르쳐준 적은 없다”며 “이번 음반에도 조언을 하기보다 결과물을 듣고 격려해줬다. 따뜻한 무관심이다”면서 웃었다.

”솔직히 오빠들의 그늘이 무거웠어요. 동익 오빠가 저를 칭찬한 게 딱 두번인데 장필순 선배의 곡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가사를 썼을 때와 이번 음반을 듣고서죠. 동익 오빠가 ‘평생 할 일이니 멀리보고 차근차근 하라’더군요. 동진 오빠도 한손을 잃은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해주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라’고 했고요. 오빠들의 한마디가 제겐 지표가 돼요. 철 들고 보니 음악적인 수혜를 입은 것 같아요.”

조동희는 1집 발매를 기념해 다음 달 21일 오후 8시 웰콤씨어터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그는 “요즘 세시봉 열풍과 MBC TV ‘나는 가수다’ 덕분에 음악에 대한 대중의 마음이 열려 공연 문화가 활성화됐고 내 음악도 수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그럴수록 소소한 이야기라도 가슴으로 느껴지도록 음악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그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뮤지션은 치유사예요. 음반을 만들며 한 사람이라도 제 음악을 듣고 마음이 뜨거워지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마음을 받아줬어요. 그 공감의 힘 덕분에 저 또한 지난 시간을 치유받았어요.”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