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추억 ‘레코드 페어’…”보물찾는 기분”

LP의 추억 ‘레코드 페어’…”보물찾는 기분”

입력 2011-11-20 00:00
업데이트 2011-11-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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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전시 및 판매.축하 공연..2천여 음악팬 몰려

50대 초반의 자영업자 김영택 씨는 손때 묻은 비닐에 싸인 중고 LP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장현, 조경수, 키보이스의 LP가 빼곡한 상자 속에서 산울림의 알록달록한 ‘개구장이’ LP를 꺼내들고는 “아!”하고 작은 탄성을 질렀다. 그는 “학창 시절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30대 후반의 회사원 이철규 씨도 너바나, 핑크 플로이드, 데이빗 보위, 롤링 스톤즈 등의 LP를 뒤적이며 “돈만 많다면 박스 채 사 가고 싶을 정도”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일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레코드 페어(1st Record & CD Fair In Seoul)’에 2천여 명의 음악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음반(LP+CD) 축제인 이날 행사에는 약 40여개의 음반사 및 개인이 참여해 일반 음반매장에서 볼 수 없는 희귀음반과 중고음반, 뮤지션들이 소규모 레이블에서 제작한 인디 음반, 다양한 수입 음반과 한정판 음반 등을 전시, 판매했다.

주최측인 서울레코드페어 조직위원회는 “국내에서는 음원이 시장을 지배하지만 해외에서는 LP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LP를 재발견하는 자리이자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있는 ‘음반’의 의미,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최초의 자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일반 티켓 구매자보다 2시간 일찍 입장이 가능한 ‘얼리 버드(Early Bird)’ 티켓 구매자들은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줄을 늘어섰다.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방문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뮤지션들도 눈에 띄었다.

나얼은 소속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음반 작업 차 녹음실에 가기 전 이곳에 들러 흑인음악 LP들을 다발로 골랐다. 또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 DJ소울스케이프 등도 눈에 띄었다.

3층으로 구성된 공간에는 전시장 구석구석을 뒤지는 음악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층에 마련된 음반 및 오디오 기기 전시 판매장에는 중고 레코드를 다루는 음반매장, LP음반 복각 전문제작사, 47년 역사의 회현동 지하상가 음반 판매점, 국내외 인디 음반을 제작하고 수입하는 레이블, 독일 유명 헤드폰 전문 업체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했다.

특히 밴드 캐비닛 싱얼롱즈의 김목인은 다음 달 1일 발매할 솔로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이곳에서 먼저 공개, 판매해 음악 마니아들의 발길을 잡았다.

또 2, 3층에는 자립적 음악 생산기반을 위해 발족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음반들과 각종 특별 전시도 마련됐다.

밥 딜런,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등 거장들의 오리지널 LP 전시회와 한국 포크/블루스의 선구자인 이정선 LP 특별전이 눈길을 끌었다.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만난 자리인 만큼 1층 무대에서는 뮤지션들의 축하 공연도 이어져 흥을 돋웠다.

이정선은 윤병주가 이끄는 블루스 록밴드 ‘로다운30’과 협연했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360사운즈 등 인디 뮤지션들,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제니퍼 웨이셔 등이 무대에 올라 큰 박수를 받았다.

트위터에도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의 후기들이 쏟아졌다.

”큰일이다. 레코드 페어에 다녀온 후유증이 벌써 나타난다. 턴테이블 사고 싶다”(아이디 adkids), “우리 아버지도 한때 음악광이었는데 내년 레코드 페어에는 아빠와 같이 가야겠다”(DoctoRKL), “오페라가 듣고 싶던 차에 레코드 페어에서 1961년 ‘라 보엠’을 구매, 창문 살짝 열고 노래 좀 들어야겠다”(eaonhybrid) 등의 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음반 가격이 비쌌다”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행사 일수도 늘렸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예상보다 방문자 수가 많았다”며 “티켓 예매자는 대략 800여 명이었으나 티켓 현매가 많아 2천여 명이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장년층 음악 애호가들이 많아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음반들을 전시 및 판매할 수 있도록 행사 규모와 개최 일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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