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열릴 서태지 3기…탈신비주의·소통이 키워드

새롭게 열릴 서태지 3기…탈신비주의·소통이 키워드

입력 2014-09-19 00:00
수정 2014-09-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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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컴백하는 서태지(본명 정현철·42)가 20년간 고수하던 신비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대중과 소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에는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란 문구가 적힌 광고물이 붙었다.

서태지가 10월 발표하는 9집의 티저 광고로 서태지와아이들의 4집 곡 ‘컴백홈’의 가사가 담겨 눈길을 끌었다.

5년 전 8집 당시 미스터리 서클, UFO, 버뮤다 트라이앵글 등을 테마로 미스터리 장치를 내세웠던 점을 떠올리면 감성에 기대 팬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앨범 공백기 동안 비밀결혼과 이혼이 노출됐고, 재혼과 출산 등의 사생활 변화를 공개한 만큼 더 이상 신비주의란 수식어가 무색해진 상황과도 맞물린다.

발맞춰 음악적인 변화도 예측된다. 그간 랩댄스, 메탈과 힙합·국악의 접목, 얼터너티브 록, 갱스터랩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음악적 전이를 했던 그가 이번엔 한층 대중친화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그로 인해 9집은 지난 22년간의 음악 행보에서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로 보인다.

서태지와아이들의 1~4집(1992~1995년)이 1기, 솔로 앨범 5~8집(1997~2009)이 2기라면, 지난 2012년 한국에 정착한 뒤 탈신비주의로 변화된 9집은 3기(2014~)의 문을 여는 앨범이 될 것이다.

◇ 20년간 서태지는 음악실험·신비주의 고수…”청년 문화의 아이콘”

지난 20여 년간 서태지의 업적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조명됐다.

’가요사를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지은 음악 혁명가’, ‘청년 문화의 초석을 다진 아이콘’, ‘시대를 움직인 문화 대통령’ 등 거창한 수식어가 즐비했다.

서태지가 주도적으로 창작한 서태지와아이들의 대표곡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컴백홈’, ‘교실이데아’ 등을 비롯해 솔로 앨범의 ‘테이크 원’, ‘울트라맨이야’, ‘로보트’ 등 그의 음악 실험은 신선한 도전이었다. 록을 기초로 흑인음악, 국악 등 여러 장르를 융합하는 방식은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문법이었다.

고교 중퇴자인 그가 ‘됐어(됐어) 이젠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교실이데아’),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시대유감’)라며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 젊은 세대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심자 청년들의 반향은 컸다.

이전까지 기성세대가 주도하던 문화 권력은 젊은 세대로 이동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했다.

그러나 사회적인 영향력에도 그의 사생활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앨범 공백기에는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잠적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팬과의 소통은 서태지닷컴에 올린 글을 통해 이뤄졌고 소속사 서태지컴퍼니도 서태지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물론 8집 당시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지만 그의 행보는 계속 ‘미스터리’ 했다.

◇ 3기 여는 9집, 공감이 포인트…”서태지 세대 반향 일으킬까”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서태지에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다.

그해 서태지는 배우 이지아와 오래 전 비밀리에 미국에서 결혼했고 이혼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사생활이 알려졌다. 이지아와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난 행적이 공개되며 파장은 컸다.

그는 2012년 크리스마스에는 서태지닷컴을 통해 가족과 함께 살고자 국내에 정착할 뜻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는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 지난달에는 딸을 낳아 아빠가 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단순히 기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벅찬 감정”이라며 “멋진 아빠가 되겠다”는 소감도 소속사를 통해 전했다.

또 지난달 방송에 출연한 이지아가 자신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언급하자 반박 입장을 밝힌 점도 이례적이었다.

22년 경력의 한 중견 음반제작자는 “서태지 씨가 정말 달라졌다”며 “요즘은 절친인 김종서 씨뿐 아니라 1990년대 함께 한 동료 가수 몇몇과도 연락하며 지내는 걸로 안다. 과거 미국과 일본 등지에 머물며 행적조차 모호했던 걸 감안하면 흥미로운 변화다”고 말했다.

신비주의 틀을 깬 그는 9집에서 이전 솔로 앨범보다 한층 감성적인 코드로 접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0월18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릴 컴백 공연 제목이 다양한 세대에 통하는 ‘크리스마스+할로윈’을 합성한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이란 점도 같은 맥락이다.

프로모션 앨범과 홍보 전략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충분히 감지된다. ‘컴백홈’의 노래 가사를 담은 광고물도 이제 30~40대가 된 ‘서태지 키즈’를 비롯해 마음에 젊음을 품은 세대가 희망을 갖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컴백 공연장에는 미취학 아동(36개월 이상)을 위한 놀이방도 운영한다.

서태지컴퍼니는 “좀 더 많은 분께 공감을 얻을 따뜻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며 “희망 캠페인을 병행하면서 대중적인 소통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그의 시도가 하반기 가요계에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서태지의 팬클럽이 그간 음악저작권 문화 개선과 사회 공익 활동을 통해 조직적인 힘을 보여줬고, 이제 문화 소비의 주축 세대인 30~40대란 점에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가왕’ 조용필 신드롬이 중장년층의 힘을 각인시켰다면, 이번엔 사회의 중추적인 세대가 된 ‘서태지 키즈’의 힘이 다시 모아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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