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빠진 어린이 ‘초절정 엄친딸’ 되다

책에 빠진 어린이 ‘초절정 엄친딸’ 되다

입력 2013-01-05 00:00
업데이트 2013-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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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싶었던 세계】 석지영 지음/북하우스 펴냄

아메리칸발레학교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다 줄리어드 예비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영재학교 헌터스쿨을 나와 예일대에서 프랑스문학을 공부했고,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돌연 법의 매력에 빠져 하버드 법대에서 법을 공부한 뒤, 미국 대법원의 법률서기와 뉴욕 맨해튼검찰청 검사를 거쳐 한국계 최초로 하버드대 법대 교수에 임용됐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숨이 찬다.

이후 하버드 교수단 심사를 만장일치로 통과,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에 선출됐다. 미국 아시아태평양 변호사협회 본부에선 ‘40세 미만 최고의 변호사’ 중 한 명으로, 미국의 유력 일간지 ‘보스턴글로브’에선 ‘2010년 가장 스타일리시한 25인의 보스턴인’ 중 한 사람으로 각각 꼽았다. 최고의 예술가 등에게 수여하는 ‘구겐하임 펠로십’, 뛰어난 법률서적에 수여하는 ‘허버트 제이콥’ 상 등을 받았고 2011년엔 ‘자랑스러운 한국인’ 상까지 거머쥐었다. 이 모두가 한 여성을 수식하는 표현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초절정 엄친딸’ 석지영(40·미국명 지니 석) 교수 얘기다.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그가 열정과 끈기로 자신의 꿈을 이뤄내기까지 겪었던 일들을 책으로 녹여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북하우스 펴냄)다.

책은 팩트 위주로 간결하게 전개된다. 미간 찌푸리며 행간의 뜻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저자 스스로 밝혔듯 책엔 불완전성도 내포돼 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들은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라기보다 어린아이가 받았던 인상에 더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제 비중에 견줘 과장됐을 개연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익숙하되 울림이 큰 두 가지 지적으로 독자의 가슴을 찌른다. 먼저 저자가 주장하는 삶의 원칙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놀이처럼 즐길 것, 언제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되 위험을 감수할 것, 적절한 시점에 일을 멈추고 휴식하며 스스로에게 상을 줄 것” 등이다. 늘 주변에서 듣던 경구다. 그러나 저자의 부모가 진작에 불화를 겪고 이민을 결심했듯, 대한민국 사회에선 늘, 그리고 여전히 실행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둘째는 책읽기다. 저자는 책읽기가 “나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했다. “늘 책에 푹 빠져 산 덕택에 상상력과 문화적 감수성, 그리고 보편적 교양을 얻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탄탄한 인문학적 소양이었던 셈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입만 열면 닮아야 한다고 외치는 게 한국의 교육열인데, 저자는 되레 이를 부정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는 오는 18일 서울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 강연회를 연다. 1만 4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0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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