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식의 두번째 장편 ‘불의 기억’
전민식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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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라이터’(대필작가)에서 지난해 제8회 세계문학상를 수상해 문단의 샛별이 된 소설가 전민식(오른쪽·48)의 두 번째 장편소설 ‘불의 기억’은 범종을 만드는 장인들의 처절한 예술혼과 집념, 사랑 이야기다. 전민식은 어느 날 사찰에 놀러 갔다가 예불시간에 들려온 종소리에 ‘꽂혔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어하는 글쟁이적인 속성이 그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범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끈 것이다. 또 그는 호기심이 생겼단다. 왜 이리 종이 많은 것인가?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 가도 종은 없는데 한국 사찰에는 온통 왜 종인가? 종소리를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는 대승불교적인 기원 탓에 종은 중국과 한국에 많았는데, 중국은 일본 제국주의와의 전쟁과 2차대전 이후 내전, 문화혁명기를 거치면서 종이 사라졌다.
소설은 금속공예 졸업전시를 앞둔 박동주를 찾아온 쇠 냄새 나는 강철규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무형문화재인 강철규는 10년 전 아내를 살해한 강력범으로 징역을 살다 모범수로 풀려났다. 아버지가 출옥하기 직전 외동딸인 해원은 박동주의 아버지 한위와 함께 살던 금형리 집에서 가출해버렸다. 해원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는 장면을 다락에서 지켜보다 말을 잃었고, 동주는 해원을 사랑한다. 박한위는 신라 때 성덕대왕 신종을 만들던 집안의 후손이다. 박한위의 아버지는 왜 자신의 아들이 아닌 강철규에게 무형문화재 지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을까.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초대형 범종을 만드는 일이 진짜 있었을까 싶어 뉴스를 검색하게 할 정도로, 전민식은 참말같은 거짓말을 소설에 풀어놓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천한 장인들이 만들던 한지나 백자, 청자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대형 범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전민식은 ‘비결’이 존재하는 듯 계속 냄새를 풍긴다. 소재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낯선데, 그래서 인터넷 웹진에 연재했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어내면서 기존의 원고를 절반 정도 버리고 새로 쓰다시피 했다. 추리기법을 활용한 전개로 지루하지는 않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2013-03-2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