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의심하라, 온도계라도

상식을 의심하라, 온도계라도

입력 2013-10-26 00:00
수정 2013-10-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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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장하석 교수, 측정의 역사 짚어 과학의 진보 설명

[온도계의 철학] 장하석 지음/오철수 옮김/동아시아/544쪽/2만 7000원

온도계는 열에너지를 측정하는 도구다. 물의 어는점(0℃)과 끓는점(100℃) 사이를 100 등분해 온도를 잰다. 미국 등에서는 물의 어는점(32℉)과 끓는점(212℉)을 180 등분한 화씨온도계를 쓴다. 온도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기온을 온도계에 표시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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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당연시되는 명제이지만, 0도와 100도가 온도계의 고정점이 되기까지는 2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끓는점과 어는점 같은 온도계의 고정점을 확정하기 위해 분투를 벌였고, 온도계에 적절한 개수의 눈금을 그려 넣기 위해 한 세기 넘게 논쟁과 실험을 거쳤다. ‘온도계의 철학’도 비슷하다. 저자는 ‘온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온도를 어떻게 정확하게 잴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뒤 그 답을 찾기 위해 꼬박 10년을 쏟아부었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온도계가 없던 시절에 어떻게 온도를 측정했고, 온도에 대한 개념을 만들었으며, 온도계를 발명했는가 등 온도 측정 역사의 발전 과정을 짚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책이 ‘상보적 과학’을 보여 주는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보적 과학은 ‘역사와 철학 연구를 통해서 과학지식에 기여하는 학문’이다. 현대의 전문가적 과학에서 벗어난 과학적 물음을 던진 뒤 이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반인의 과학 지식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방식은 “상식이 된 과학의 기초 진리를 우리는 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가”라고 묻는 거다. 종교에선 보지 않고 믿어야 ‘진복자’다. 과학은 다르다.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과연 진리인 건지, 허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또 증명해야 한다. 저자가 그 복잡한 과정, 그러니까 측정이 과학의 진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설명하기 위한 단초로 삼은 게 바로 온도계다.

온도계의 발명은 과학의 발달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열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 덕에 18세기 이후 각종 열 관련 연구들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2004년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를 통해 영어로 출간됐다. 그해 과학철학 부문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받았다. 이듬해엔 영국 과학사학회가 과학사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저술가에게 주는 ‘이반 슬레이드상’도 받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베스트셀러로 친숙한 같은 학교 장하준 교수가 그의 친형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3-10-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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