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츠, 스타벅스로 사회를 깨우다

슐츠, 스타벅스로 사회를 깨우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20-10-08 17:20
수정 2020-10-0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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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조앤 고든 지음/안기순 옮김
행복한북클럽/568쪽/2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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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워드 슐츠(오른쪽)가 스타벅스를 떠나던 날의 한 장면. 이 전설적인 CEO에게 작별인사를 전하기 위해 모인 수천명의 스타벅스 파트너들과 신임 CEO 케빈 존슨(왼쪽)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행복한북클럽 제공
2017년 하워드 슐츠(오른쪽)가 스타벅스를 떠나던 날의 한 장면. 이 전설적인 CEO에게 작별인사를 전하기 위해 모인 수천명의 스타벅스 파트너들과 신임 CEO 케빈 존슨(왼쪽)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행복한북클럽 제공
달동네서 자라며 소속감·사회성 습득
스타벅스 사회적 기업 면모 자양분 돼
직원 복지 넘어 인종·여성 의제 던져
“공평한 기회 주어지는지 이야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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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과 자기계발서, 사회 비평서 등의 성격이 뭉뚱그려진 책이다.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인 스타벅스의 명예회장 하워드 슐츠가 포브스지 기자 출신의 조앤 고든과 함께 펴냈다. 스타벅스의 태동과 발전 과정을 하워드 슐츠의 출생, 성장 과정과 맞물려 풀어내고 있다.

하워드 슐츠가 나고 자란 곳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습지대 위에 세워진 방 2개짜리 임대아파트였다. 우리로 치면 지독한 가난이 짓누르는 ‘달동네’였다. 동생 둘과 방을 함께 써야 했던 그에게 현관 옆 계단은 피난처였고, 아파트 단지 내 운동장은 소속감과 사회적 자양분을 선물해 준 커뮤니티였다. 저자는 두 곳을 ‘제3의 장소’라고 표현했다. 집도 직장도 학교도 아닌 장소였다는 의미다.

그에게 ‘제3의 장소’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이었고,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었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는 기풍을 담은 영리기업을 세우겠다는 의지와 희망이 배태된 곳도 바로 여기, ‘제3의 장소’였다.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에서 ‘별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그만큼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글로벌 기업의 성장 과정을 엿보는 건 물론 흥미로운 일이다. 한데 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스타벅스 이야기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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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미국 시애틀 본사 건물 위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프라이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회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스타벅스의 모토를 잘 설명해 주는 장면이다. 행복한북클럽 제공
스타벅스의 미국 시애틀 본사 건물 위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프라이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회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스타벅스의 모토를 잘 설명해 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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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꽤 독특한 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여러 사회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힘썼다. 파트타이머를 포함한 전 파트너(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학비를 지원하며, ‘빈스톡’이라 불리는 회사 주식을 나눠 주는 등 파격적인 정책들을 도입했다. 인종차별, 전역 장병의 처우, 여성과 청년 실업 등 사회문제에 기업 차원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 경영에 반영했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사회에 의제를 던지는 역할에 더 충실했던 것이다.

스타벅스가 금전 등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만족했다면 아마 지금처럼 존경받는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없었을 듯하다. 스타벅스가 사내외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했거나,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여느 기업의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곤경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다른 일을 찾아주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도록 다독이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저자는 미국이란 거대한 공동체의 밑바닥에 깔린 가치, 그러니까 누구나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설’(ground up)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묵시적 약속을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금 갈림길에 있다. 저자가 “이제 꿈을 실현할 기회가 얼마나 공평하고 구체적으로 구현돼야 할지 다시 이야기할 때”라고 판단한 이유다. 조만간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로였지 싶다.

보통의 한국인에게 스타벅스는 여전히 ‘비싼 커피집’이다. 종종 최고 물가의 유럽 도시들보다도 커피값이 비싸다는 볼멘소리를 곧잘 듣는다. 한데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인간 존엄과 이윤의 균형을 맞추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달리 볼 여지가 있지 싶다. 하워드 슐츠가 말했듯, 스타벅스의 비싼 커피값이 우리나라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사치”가 될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2020-10-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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