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할 줄 모르는 아이

양보할 줄 모르는 아이

입력 2011-11-20 00:00
업데이트 2011-11-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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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씨네 아들 영철이는 다섯 살이다. 온순해 보이다가도, 어떤 때는 막무가내 고집불통이다. 양보해야 마땅한 상황임에도 한사코 거부할 때가 많다. 양보라는 개념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엄마, 아빠에게도 양보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얼마 전 건강검진 때문에 시골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셨다. 잘 시간이 되어 아이 방에 두 분의 잠자리를 준비했다. 그런데 영철이가 울며불며 떼를 썼다. “내 방이야! 싫어, 안 된단 말이야. 나가!” 오늘 하룻밤만 안방에서 엄마, 아빠랑 자자고 사정했지만, 아이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고집을 부렸다. 결국 그날 부모님은 준비가 안 된 낯선 방에서 주무셔야 했다. 에이 씨는 오랜만에 올라오신 부모님을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하기도 하고,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아이의 심술은 대체 어디서 연유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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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양보는 가르쳐야 할 습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 모두 부모의 탓이다.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한가 아닌가는 타고난 품성이 아니라 배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도 습관이라는 게 있고,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분위기도 있다. 그런 습관과 분위기를 예고도 없이 부모가 일방적으로 깨려고 했으니 아이가 거부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설명의 부족이 아이를 당황하게 한 것이다. 영철이에게 양보하는 습관이 없는 것은 양보가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연습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사주면서 동생과 함께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전제를 붙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분명히 양보의 의지와 빈도가 달라진다. A 씨는 그런 전제 달기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보는 습관이고, 가르쳐야 빈도가 올라가는 행동이다. 어릴 때 어른들이 자기에게 얼마나 다정했는지,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었는지, 또 평소 남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잘 설명해줬는지에 따라 발달이 달라지는 덕목이 바로 친절의 한 유형인 양보다.

양보를 실천하려면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몸에 배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해야 한다. 양보의 가치를 가르치고, 아이가 무례하거나 잔인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상황에 맞게 양보하는 행동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둘, 상황을 예측하도록 유도하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효도하는 부모 밑에서 효자가 나오는 것처럼, 아이는 모든 것을 부모의 생활 속에서 배운다. 엄마, 아빠가 이런 대화를 통해 미리 아이가 양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건 어떨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는데 어떤 걸 해드리면 기뻐하실까?” “베개를 네가 갖다드리면 기뻐하실 텐데.” “주무시기 전에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인사하는 건 아주 훌륭한 행동이야.” “그런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디서 주무시면 좋을까? 영철아, 네 생각을 말해봐.” “나는 오랜만에 너랑 자고 싶기도 한데….” 이렇게 유도하면서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아이로 하여금 미리 상황을 떠올려보게 하는 것이다. 어떤 행동이 더 칭찬받을 행동인지, 또 엄마, 아빠가 어떤 행동을 바라고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두 분이 주무실 곳이 자신의 방밖에 없고, 자신을 좋아해서 그 방에서 주무시고 싶어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면 마침내 아이도 양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연습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양보는 학습의 결과이지, 타고난 행동 성향은 결코 아니다.

글쓴이, 문용린. 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입니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최고의 유산> 등의 책을 썼습니다. 10년 뒤 내 아이가 진정 성공하길 바란다면 ‘실력’이 아니라 ‘도덕 지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하는 필자가 격월로 ‘도덕 교육’에 대한 조언을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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