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임기 관계없이 필요하면 교체 건의” 금융기관장 물갈이 시사

신제윤 “임기 관계없이 필요하면 교체 건의” 금융기관장 물갈이 시사

입력 2013-03-19 00:00
수정 2013-03-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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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자들, 불편한 기색… 일부 “임기 고수” 반발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금융공기관 수장들의 교체를 시사했다.

신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남았어도 필요하면 (대통령에) 교체를 건의하겠느냐”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필요성이 있다면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신 후보자는 처음에는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피하다가 질문이 계속되자 “그렇다면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새 정부 국정철학과 맞는지, 기관장으로서 전문성을 갖췄는지 등 두 가지를 교체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교체 여부를 검토할 대상으로 ▲금융권 공기업 ▲공기업은 아니지만 금융위가 임명 제청하는 기관 ▲주인이 없어서 정부가 대주주로 들어간 금융회사를 꼽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전격 교체로 금융권 물갈이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신 후보자가 이를 공식화함으로써 금융권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임명 배경과 개인 성격 등에 따라 묘한 반발 강도 차도 감지된다. “물러나라면 물러나겠다”는 반응에서부터 “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문성을 보겠다더니…” 하며 못마땅해하는 기색도 역력했다.

신 후보자(행정고시 24회)보다 행시 선배로 내년 9월 임기가 끝나는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단순히 선배라고 해서, 새 정부가 출범했다고 해서 자진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권위주의 정부도 아니고 군대도 아닌 만큼 (기관장 교체를) 그렇게 터무니없이 진행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의 행시 바로 위 기수인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남미 출장 중에 이 같은 발언을 전해듣고 “정부에서 지침을 만든다면 안 따를 사람이 있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용퇴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인 출신인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측은 “그 질문에는 노코멘트하겠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그동안 ‘4대 천황’으로 불렸던 금융지주 회장들은 임기 고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측은 “임기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류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측은 민간 금융사라는 점 등을 들어 거취 논란에 휩싸이는 것 자체를 불편해했다. 임기가 4개월 남은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주변에 “회장을 정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주주”라고 했다는 전언이 있지만 최근 ‘사외이사 사태’와 맞물려 거취가 불안한 상태다. 장관 출신인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은 정권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아 조만간 용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연관된 금융 공기업 등은 청문회에서 기관장 임기가 재차 언급되자 청와대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정보전도 치열하게 벌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공기업 사장은 “임기와 관련해 새 정부로부터 어떤 언질도 받은 게 없다”면서 “참여정부 때의 ‘코드 인사’와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3-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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